친한(친한동훈)계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전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심판·내란수사에 모두 지연전략을 펴는 윤석열 대통령을 "둥지를 다 태우고 홀로 살아남는 불사조"라고 비판했다. 검찰 조직에 이어 국민의힘까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불태워졌다'는 취지다.
한동훈 전 당대표 체제의 대변인을 지낸 박상수 당협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 글로 "불사조는 둥지를 태워가며 자신은 영원히 사는 새다. 윤 대통령은 불사조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한변협 감사 시절, 변협에 파견 근무 중이던 부장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나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윤 총장이 검찰 전체의 명운을 걸고 (문재인 정권 시절 법무부 등과) 싸움을 하니 동의를 안할 수 없고 응원을 안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내란'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24년 12월1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박 위원장은 "검찰 조직은 실제 윤석열과 한배를 타고 문재인과 조국·추미애(전 법무부 장관)와 맞섰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대통령이 됐지만 검찰은 ('검란' 프레임으로) 민주당에 확실히 찍혔다"며 "192석(범야권 의석)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200% 확률로 검찰은 폐지돼 (수사권 없는) '기소청'이 되고 검사는 '기소관'이 될 게 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능력 과시는 윤 총장과 한배를 탔다가 조직 전체가 날아가 버릴 상황에서 고육지책이라 생각한다"고 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권을 가져간 윤 대통령을 제외한 군·경 수뇌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자들은 검찰에 의해 대부분 재판을 앞둔 데다 "민주당 의원들도 죄다 검찰의 공소장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윤 총장은 이제 대통령이 돼, 과거 검찰에게 그랬듯 보수 전체의 명운을 자신의 처지와 일치시키고 있다. 보수가 극우 소리를 듣든 말든, 경호처 공무원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처벌돼 생업을 잃고 연금을 못 받게 되든 말든 자신을 지키라 한다"고 비교했다.
그는 "이미 '20개의 별'(구속된 군 장성 계급 총합)이 구속기소됐고,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그런 처지가 됐지만 (윤 대통령은) 멈추지 않는다"며 "보수는 과거 검찰이 그랬듯 명운을 걸고 윤석열과 혼연일체가 되려 한다. 그는 또다시 둥지를 다 태우고 홀로 살아남는 불사조가 되려 한다. 그 주술에서 깨어난 검찰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계엄수사를 하며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친다. 우리 보수도 그가 남긴 '계엄의 바다'와 '극우 유산'을 정리하는 데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 써야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기소청이 안될 수 있을까? 보수는 다시 집권할 수 있을까? 불사조 윤석열, 그가 대단한 인물인 것은 맞다"고 비꼬았다. 박 위원장은 다른 글에선 한동훈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반대' 투쟁 중인 변협을 방문했을 당시의 영상을 공유하며 "이날 한 전 대표는 검수 원복(원상복구) 시행령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돌파하겠단 뜻을 변협 임원진들에게 밝혀줬다. 그 시행령덕분에 이재명 위증교사 수사를 검찰이 할 수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는 "나는 (한동훈 당시 장관에게)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문재인 정부 내내 무너진 법치주의를 되살려달라는 국민의 의지가 모인 것이다. 법무부장관으로서 무너진 법치를 꼭 되살려 달라' 얘기했다. 참 좋은 때였다. 대한민국의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가 되살아날 거란 믿음으로 가득 찬 때였다"며 검수완박 철회 입법을 위해 정계 입문에 이르게 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할줄은 이땐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 위원장은 나아가 "(계엄사태·탄핵 이후) 한동훈 대표가 쫓겨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곤 이땐 상상도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검수완박을 합의해준 권성동이 다시 원내대표가 되리라곤 이땐 상상도 못했다"고 친윤(親윤석열)계에도 각을 세웠다. 그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걸 봤다"면서도 "바닥을 찍고, 제대로 된 보수가 다시 집권해 제대로 된 선진 법치국가를 만들어 내고야 마는, 그런 상상도 못할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전 대표와의 재기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24년 제22대 총선 기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총선 영입인재 박상수(왼쪽) 변호사가 만나 기념촬영을 한 모습.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당의 총선 패배로 인해 사퇴한 뒤 같은해 7·23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 당선됐고, 박 변호사는 인천 서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상태에서 한동훈 대표 체제의 중앙당 대변인으로 발탁됐었다.<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한편 박 위원장은 민주당이 비상계엄만이 아닌 대북정책까지 외환 혐의를 씌워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에 대해선 오히려 이적(利敵)행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전날(13일) 한 방송에서 "민주당이 포함하겠다는 내용중 '우크라이나에 전술분석 및 포로면담을 위한 팀을 파견하는 것을 외환죄로 보고 특검 수사를 하겠다'는 것을 보고 '이게 어떻게 외환죄냐'고 강력히 비판했다"고 전하며 "고작 20살 북한군 포로를 상대로 통역하는 사람은 민주당에 따르면 외환죄 수사대상이 될 국가정보원 요원이다"고 짚었다.
그는 "왜 좌파의 인권감수성, 생명윤리, 평화사상은 김정은과 그 주변 특권계급에 집중되느냐"며 "이들(20살 북한군 등)의 인권은 도대체 누가 보호하나. 전쟁포로가 된 북한군의 사정을 들어주고 통역하는 요원을 파견하는 게 외환죄인가. 민주당은 도대체 누굴 위한 정치를 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린 김정은을 위해 정치하는 걸 처벌하는 형법상 범죄구성요건을 가진 나라다. 그런 범죄를 이적죄라 부른다"며 "'대북송금'같은 게 아주 대표적인 이적행위"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까지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