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쟁력 세진 中 압박수위 높여
중국 매출비중 큰 엔비디아 타격
삼성·SK하이닉스도 영향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벌써부터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잖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엔비디아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간접적으로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3일(이하 현지시간)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한국 등 20개 동맹국과 파트너에 제한 없이 판매하면서 나머지 대다수 국가에는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긴 신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동맹국이 아닌 국가에 본사를 둔 단체는 향후 2년간 국가별로 5만개에서 최대 32만개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주요 골자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이른바 '우려 국가'에 기존 AI 반도체 수출 통제는 유지하면서, 일부 폐쇄형 AI 모델이 이들 국가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조치를 추가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 영국 등 20여 개 '동맹국과 파트너'는 규제에서 제외됐다. 이는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으로 직접 가는 반도체를 차단하는 기존 수출 통제에 더해, 중국이 제3국을 활용한 우회로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조치가 나오자 AI 칩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97%나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 외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비중이 56%에 이르고, 특히 중국 매출은 17%로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이 자국 기업과 주가 피해까지 감수하면서 대 중국 통제 수위를 높인 배경에는 중국의 AI 수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정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지난 10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중국은 AI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로봇청소기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에는 엔비디아에 근무하는 한 수석 연구원이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이 조회수 230만회를 넘기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상에 나온 휴머노이드 로봇은 거리에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제품을 만든 기업이 중국 선전에 있는 '엔진 AI'라는 스타트업이라는 게 확인되면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성장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AI 관련 기업은 4500개 이상이며, AI를 융합한 421개 국가급 스마트 제조 시범 공장을 구축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혁신 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작년 11월 '중국은 AI 분야에서 얼마나 혁신적인가'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학술단체들도 중국을 미국에 이은 AI 경쟁력 세계 2위로 꼽으면서 그 배경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꼽았다.
미국의 이 같은 규제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매출 감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엔비디아의 대 중국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이 업체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한편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15일 전후로 중국 선전을 방문해 엔비디아 현지 직원들과 연례 춘제(설) 행사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상하이와 베이징도 방문한 뒤 주 후반 대만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황 CEO가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규제 발표에 따른 사업 파장과 대응방안에 대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