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가짜뉴스 대응이 정쟁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카카오톡 등 내란 선전 관련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행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성훈·이종욱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전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고발 방침이 '카톡 검열', '카톡 계엄령'이라고 보고 있다. 박 원내부대표는 제명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은 헌법 18조에 의해 통신 비밀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단호하게 내란 선전죄로 처벌하겠다'는 전 의원의 발언은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측면도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문제 삼고자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NO 카톡검열!', '내 카톡에 자유를!'이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선보이고 민주당이 운영하는 허위조작정보 신고 기구인 민주파출소에 소속 의원들이 자진 신고하는 내용의 캠페인에 돌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열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정치 선동이라는 입장이다.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퍼 나르는 행위에 대응하겠다는 차원일뿐 개별 시민을 검열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받아치고 있다.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을 겨냥한 제명촉구 결의안 제출 소식을 접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권력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 땅에 진실과 정의를 세우기 위한 싸움"이라며 "의원직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가짜뉴스 유포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마치 가짜뉴스를 생명처럼 여기는 것인지 터무니없는 카톡 검열과 카톡 계엄령 같은 과대망상을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내란 세력이 허구를 빌미로 다시 한번 정치적 선동을 일삼고 있는데 제 의원직을 걸고라도 민주주의와 진실을 지키는 싸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그간 한목소리로 가짜뉴스 피해를 호소하며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탄핵 정국 속에서 가짜뉴스를 차단하겠다며 대응단을 꾸렸다. 하지만 여야는 근본적인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를 진원지로 지목하거나 각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라 유리한 정보는 '진짜뉴스'로 규정하고 불리한 정보는 '가짜뉴스'로 낙인을 찍는 등 각자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카톡 검열 논란의 경우 표현이나 방식 등의 측면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빌미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민주당이 살얼음판 걷듯이 생각과 태도, 방법들을 잘 내와야 하는데 이번 문제는 우선 빌미를 주고 오만해 보이지 않나"라며 "지금 상황 해결에 아무런 수단과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 전 수석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톡 검열을 하겠다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 않나"라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점수를 못 따는 대표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쓴소리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NO 카톡검열!', '내 카톡에 자유를'이라는 문구의 손팻말을 앞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