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규모 범용 AI사업 추진… 민간투자 촉진 정책펀드 조성
국내기업도 R&D 투자 늘려… 네이버 2조 이상·카카오 1조 투입
국내기업도 R&D 투자 늘려… 네이버 2조 이상·카카오 1조 투입
정부와 K-빅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열 정비에 나섰다. 전체적인 투자규모와 보유 자원에는 큰 격차가 있지만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기술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CT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조원 규모의 범용 AI((인간과 유사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AI) 사업을 추진한다. 대표적 K-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지난해 처음으로 R&D(연구개발)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고, 각국 정부도 AI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예산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응하는 전략적 투자다.
글로벌 빅테크는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전 세계 AI 분야를 선도하며 K-빅테크에 위기를 안겼다.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규모를 살펴보면, 오픈AI는 지난해 10월에 66억달러(한화 9조6000억원 상당)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AI 모델 훈련과 인력 확보 등에 투자했다. 구글(알파벳)은 지난해 기술 인프라에 약 500억달러(72조5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4분기에만 110억달러를 기술 인프라에 투자했다. MS 역시 올해 약 800억달러(116조원)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도 지난해 AI 인프라 투자에 380억~400억 달러(55조~58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성형 AI의 검색 기능을 강화하자 국내 절대강자인 K-플랫폼이 군림하던 검색 시장까지 조금씩 글로벌 빅테크에 넘어가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ICT 브리프 2024 39호'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57.32%로 1위, 구글이 33.9%로 2위였다. 9년 전인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네이버는 점유율이 78.06%에서 20.74%포인트나 감소했고, 다음(카카오)는 11.74%에서 7.88%포인트 금감했다. 구글은 7.31%에서 4배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보고서는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와 검색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의 AI 검색엔진이 부상하며 단순 키워드 중심이던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도 AI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아직 글로벌 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나 매년 증가 추세다. 네이버는 2020년 1조3321억원, 2021년 1조6550억원, 2022년 1조8090억원, 2023년 1조992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매출의 20~25%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네이버가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2조원 이상을 R&D에 썼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앞서 "AI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기술 개발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자연어처리 연구 △하이퍼클로바 NLP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초대규모 AI 한계 극복 및 고도화 연구 △대화형 검색 연구 등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지난해 1분기 3254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3분기 누적 9720억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6.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3년 연간 R&D 비용은 1조2236억원, 지난해는 이보다 많은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독자 LLM 개발 대신 AI,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 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신규 AI 서비스 브랜드인 '카나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커머스 등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자체 AI 기술을 검색, 쇼핑, 지도를 비롯한 네이버의 전 서비스에 적용하는 '온 서비스 AI'를 선언했다. 네이버 측은 "AI와 서비스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초대규모 AI, 공간지능, 추천 모델 등 핵심적인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원천기술을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는 B2B 영역에서 기업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도록 하이퍼클로바X 기본 모델과 경량화 모델인 'HCX-DASH' 등 맞춤형 모델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검색 시장에선 통합검색에 AI와 개인화 추천을 결합한 생성형 AI 검색 'AI 브리핑' 선보일 예정이다. 상반기 중 AI기능을 접목한 쇼핑앱도 따로 선보인다. 단순한 AI 추천 서비스를 넘어서 이용자 별 맞춤 혜택과 트렌드 정보까지 개인화된 결과로 추천하고 전시한다.
AI 경쟁에서 뒤쳐진 카카오는 AI비서 서비스의 진화형인 AI메이트 '카나나'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대규모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자체 개발 대신 다양한 언어모델을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이다. 올해 사내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뒤 카카오톡과 별개의 앱으로 출시해 새로운 AI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업 간의 AI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국 정부의 인프라 구축 등 물량공세도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AI에 21억1000만달러(한화 3조840억원 상당)를,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20억달러(3조원)를 투입해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고, 프랑스도 2030년까지 최소 6조원 이상을 AI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도 비슷한 수준인 40억달러(6조원 상당)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AI 기술 투자를 확대해 이르면 2026년부터 1조원 규모의 범용 AI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범용 AI 기술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8100억원 규모 정책펀드도 조성한다. R&D 투자시스템을 고도화해 선도형 R&D 투자 비율을 2027년까지 정부R&D의 35%로 확대하고, AI 차세대 원천기술 투자비중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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