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5일 밤 발표되는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발표된 견조한 고용지표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추며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만큼,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CPI에 이목이 집중된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12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다.
앞서 발표된 미국 12월 비농업 고용자 수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15만5000명)을 웃돌았고, 실업률도 4.1%로 전망치(4.2%)보다 낮았다.
예상보다 견고한 고용지표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서 이달 연준의 금리동결을 점치는 시장 참여자 비중이 97.3%까지 높아졌다. 이 수치는 한 달여만에 20%포인트(p) 가까이 뛰었다.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시장도 얼어 붙었다. 고용지표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63% 급락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54%, 1.63% 내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8% 목전까지 뛰었고, 비트코인도 9만5000달러에서 9만3000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CPI가 컨센서스를 상회할 경우, 또 한번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할 정도의 강한 경제가 확인된다면, 금리인하 기대는 더 후퇴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핵심 상품 가격의 상승률은 둔화되고, 서비스는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븐 주노 BofA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의 과도한 상승 위험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의 견고한 노동지표와 커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며 "무역과 재정, 이민 정책 변화를 감안하면 올해 인플레이션 증가세는 정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보다 높은 곳에 고정돼 있고, 위험도는 상승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만약 전년 대비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3%를 초과하고,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금리 인상도 실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전망 횟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이달뿐 아니라 3월 금리동결 가능성도 77.9%로 높아졌고, 5월 역시 금리 인하보다 동결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특히 3월 동결 전망은 한 달 전 36.3%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취임을 앞둔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부양책 기대와 에너지 기반의 러시아 제재 조치 등이 맞물리며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은 연내 1회 수준까지 낮아져 있다"고 말했다.
CPI 발표를 앞두고 이날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졌다. 코스피는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 강보합세로 마감했고, 147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3.9bp(1bp=0.01%p) 내리며 4.7%대를 유지하고 있고, 한때 9만달러가 붕괴됐던 비트코인 가격은 9만50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CPI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인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결국 향후 물가와 금리가 관세, 이민 등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팀이 인플레이션 급등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인 보편 관세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된 것도 시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발표되는 CPI가 컨센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결국은 트럼프 취임 이후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불확실성이 높은 통화정책과 물가 변동성 모두 기존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어느정도 이어지는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