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LA 산불, 기후변화의 대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1602102269061001[1].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LA 산불, 기후변화의 대가")
미 기상청(NWS)은 전날 LA 카운티와 벤투라 카운티 일부 지역에 사흘간(13∼15일)의 강풍을 예보하면서 '특별히 위험한 상황'에 해당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해라.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피하라"고 주의를 줬다.
화재 대피령(약 8만8000명)이나 대피 준비 경고(약 8만4000명)를 받은 주민은 총 17만여명으로, 이날 상황이 심각해지는 정도에 따라 대피 경보는 확대될 수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LA 산불, 기후변화의 대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1602102269061001[2].jpg "[박영서의 외신 다이제스트] LA 산불, 기후변화의 대가")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는 이번 산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예견된 결과다. 산불 확산의 주요 원인은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로 알려졌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보다 깊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간의 가뭄이 풀과 나무를 바싹 마르게 해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LA를 포함한 남부 캘리포니아는 여름에 매우 고온 건조하고, 겨울철에 비가 자주 내리는 온난 다습한 기후를 보이는 것이 통상적이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깨져가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에는 수일간에 걸쳐 폭우를 유발하는 '대기의 강'(태평양에서 발원해 미 서부로 이동하는 좁고 긴 형태의 수증기대) 현상이 10여차례나 발생해 큰 피해를 냈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에는 LA 북서쪽 벤투라 카운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역대 일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겨울에도 기상변화는 심각했다. 전례 없는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을 키울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 내륙 라크레센타·패서디나·라카냐다-플린트리지 지역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여간 단 1차례 비가 왔다. 그것도 몇 시간 동안 부슬부슬 조금 내리다 마는 정도였다. 때문에 이 지역의 오렌지 나무는 잎사귀가 말라 오그라들고 열매 껍데기도 쪼글쪼글하게 줄어들었다.
'팰리세이즈 산불'이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지난 3개월여간 누적 강수량은 5.08㎜로, 역대 같은 기간 평균치(421.6㎜) 대비 83분의 1 수준이다. LA 카운티의 중심지인 LA시의 경우 기상학자들이 산불 위험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강수량 기준치 2.5㎜를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5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8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셈이다.
LA 카운티 전체의 지난 30일간 강수량은 과거 1991∼2020년 30년간의 동기간 평균치와 비교해 25∼50% 수준이다. 주민들은 비가 와주기만을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지만, 비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기후변화가 정말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과거의 쾌적했던 LA의 기후를 그리워한다.
이번 사태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시들어버린 오렌지 나무, 말라붙은 산림, 주민들의 한숨은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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