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밖으로 내몰린 실향민 104만명](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1602102269061002[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밖으로 내몰린 실향민 104만명")
극도의 치안 불안에 노출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국내에 머무는 주민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도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14일(현지시간)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로 아이티 내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104만명에 이른다"며 "이중 절반 이상은 어린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3년 말 31만5000명의 3배를 넘는 수치인데, 아이티에서 폭력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국내 실향민으로 떠돌게 된 적은 없었다고 IOM은 보도자료에서 설명했습니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는 못한 이들을 뜻합니다. 아이티 국내 실향민 가운데 83%는 지인·친구·가족 등지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데, 이는 현재 과부하 상태라는 게 IOM의 판단입니다. 나머지 실향민은 임시 거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포르토프랭스 수도권에 집중된 임시 수용 시설은 기존 73개에서 1년 새 108개로 증가했습니다. 해당 시설은 매우 혼잡한 데다 깨끗한 식수와 식량, 위생, 교육과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등지에서 추방된 아이티 주민들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습니다.
에이미 포프 IOM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생명을 구하고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는 수많은 죽음과 파괴를 초래한 폭력과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없애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티는 지난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정국이 극도로 혼란에 빠지면서 사실상 마비 상태입니다. 그 결과, 무장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포함한 주요 지역을 장악하며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티 내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국민 대다수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12월 발생한 홍수로 인해 아이티 전역이 큰 타격을 받았지요. 이는 인도주의적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이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살인·약탈·성폭행·납치·방화 등 아이티 내 폭력이 일상화해 가는 가운데 케냐 주도의 다국적 경찰력이 현지 군·경과 함께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 중이지만, 인력·장비 태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갱단 간의 폭력 충돌과 이로 인한 치안 불안,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이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아이티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조차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가 아이티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아이티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IOM은 "이처럼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국제사회는 무관심 대신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현재와 같이 기초 서비스가 거의 부재하고 폭력이 만연한 상황에서 해외 난민들을 귀국시키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편,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아이티에 대한 구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OCHA는 "아이티 주민 40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9억달러(약 1조3140억원)의 추가 기금이 필요하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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