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살을 많이 뺄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약을 '한국형 비만치료제'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부작용이 낮고 안전하게 살을 빼기 위해 맞춤형으로 설계했습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간담회에서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는 타사와 큰 차별화가 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센터장은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한미약품은 너무 늦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서 "우선은 근육을 늘려주는 프로파일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라이릴리는 근육을 보전하는 것으로 병용 임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살도 빠지는데 근육까지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우리 파이프라인을 탐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HM17321'등이 있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작용을 한다. '한국형 GLP-1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임상 3상으로 국내에서 임상을 끝까지 진행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삼중작용제 'HM15275'는 현재 미국에서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1상이 진행 중이며, 임상 2상부터는 기술이전을 통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HM17321'은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면서 근육을 증가시키도록 설계됐고 올해 1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HM17321은 근육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숫자를 늘리는 원리"라며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이 아닌 CRF2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치료제로, 내년 상반기 임상이 끝나고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연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중작용제와 관련해 그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기반의 약과 GIP(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의 장점은 살을 빼면서 동반 질환들이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만은 다양한 형태가 있기 때문에 BMI를 기준으로 비만을 분류하는 것보다 맞춤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무리하고 반복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체중은 정상인데 지방만 남고 근육은 없어 대사성 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대사성질환이 있는 노인분들의 경우 살을 뺏으면 좋겠는데 기존의 약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 투약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임상 중인 삼중작용제가 지금까지 나온 비만약 중에 가장 효력이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센터장은 "환자 특성에 맞는 약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장 기능이나 지방간이 문제가 되면 삼중작용제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여러 조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비만 시장에 갖춰야 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와 거의 대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임상 개발 속도가 느린 한계가 있지만 글로벌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고 좋은 파트너를 잘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샌프란시스코(미국)=강민성기자 kms@dt.co.kr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단 간담회를 갖는 한미 최인영 R&D 센터장. 강민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