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등은 1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 TSMC 등이 제조한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할 때 강화된 실사를 진행하도록 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사가 고객사를 유치할 때, 제품의 사용처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실제 조치가 실행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TSMC는 이미 빅테크를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해둬 고객사 실사가 어렵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규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 예상치 못한 고객사가 나타난 경우,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빅테크 고객사 확보가 부족한 삼성의 파운드리의 영업 활동이 TSMC에 비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기업이 고객사에게 제품 사용처 검증을 요구하는 것이 실제 가능한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 제조사는 계약 관계상 '을'에 속하는데, 고객사에게 사용처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조 기업이 고객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품 생산을 맡기는지 검증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실제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미 정부가 정말 고객사에 대한 실사를 어느 수준까지 파악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메뉴얼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제조·수주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판매시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1419억 달러 중 중국의 비중은 50%대로, 국가별 매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게된다.
반도체학계에선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 정부에 협상을 요구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이 앉아서 당하는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미 정부와 협상을 진행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