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0.25%포인트(p) 낮춰 3년 2개월만에 긴축을 마무리했고, 11월에도 금리를 0.25%p 낮추며 연속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3.0%를 유지하게 됐다.
1500원선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이 기준금리 연속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 파월 의장의 메시지 확인을 위해 관망해야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평균 1393.38원에서 12월 1434.42원으로 3% 가까이 뛰었다. 이날 개장가는 1455.0원으로, 지난달 평균치보다 20원 이상 높았다. 지난달 3일 주간 거래를 1402.9원으로 마친 원·달러 환율은 당일 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직후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2.0원까지 급등했다. 이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메시지가 나온 같은 달 19일 1451.9원까지 추가로 상승했다. 환율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지난달 27일엔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고 30일 1472.5원으로 한 해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하며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미국의 12월 CPI가 예상치와 비슷하게 발표되면서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기보단, 진정되고 있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 가뜩이나 줄어든 소비 여력이 더 크게 쪼그라들며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선제적 인하를 하면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3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던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한 번도 없다"며 "침체의 사전적 의미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인데 이 부분이 확실해졌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금리동결을 결정하자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 동결과 함께 경기 부양 의지를 표명하며 2월 인하를 시사하는 것이 우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를 점검한 뒤 환율 안정화 조치와 함께 2월 금통위에서 인하 시행을 예상한다"며 "환율 상승으로 하여금 외환 파생 거래에서의 연쇄 마진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유사시 금융기관의 증거금 누적 과정에서 시장 유동성이 위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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