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이게 국장이야, 미장이야

입력: 2025-01-16 11:28 김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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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국장은 장소가 아니다, 한국인이 있는 그곳이 국장이다.'

최근 양자컴퓨팅으로 각광받던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자 인터넷에 유행처럼 번진 말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국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서인지 다른 나라 시장에 비해 테마주에 예민하다. 특정 산업에 호재가 하나 발생하면 그 산업에 발만 걸치고 있어도 가격은 올랐다. 물론 '급상승 종목'에 이름을 올렸던 그 종목들은 며칠 안에 '급락 종목'에서 볼 수 있다.

최근 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해서 살펴보니 정치 테마주였다. 특정 인물과 연관된 종목이었는데, 조금 더 찾아보니 그 종목은 몇 년 전 정 반대 진영 정치인 테마주로 묶여 있었다. 얼마나 국장이 소문에 휩쓸리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국장에서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모습을 뉴욕증시(미장)에서 봤다. 아이온큐와 리제티컴퓨팅은 그동안 알던 뉴욕증시 종목들의 그래프와는 전혀 다른 차트를 보여줬다. 하루사이 10% 등락을 오가는 전형적인 테마주의 그래프였다.

이날 기준 아이온큐의 시가총액 85억달러의 4분의 1인 수준인 20억달러치 주식을 국내 투자자가 가지고 있다. 리제티컴퓨팅 시총의 8분의 1도 국내 투자자 몫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아이온큐 주식은 2억달러에 불과했다. 2년새 10배 가까이 사들인 셈이다. 리제티 컴퓨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유주식 50위권조차 들어오지 못했다.

아이온큐의 주가 상승엔 분명 근거가 있어 보였다. 빅테크 기업이 발표한 양자컴퓨팅 기술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 기술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건 국내 투자자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아이온큐를 샀다. 양자컴퓨팅이 무엇인지, 그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아보고 투자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뜬다고 하니까' 일단 사고보자 식의 투자는 그동안 국장에서 지겹게 봐 왔다. 그동안 주식을 한다고 하면서 ETF를 모른다거나, 자기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조차 모르는 투자자도 만나봤다.

이같은 '테마형 투자'는 가상자산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당시 우리나라에서만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2000만원 가까이 빠질 때 글로벌 시장 차트는 그대로였다.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이 세계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고서야 국내 이벤트 만으로 이 정도의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시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은 당시 코인을 '줍줍'하기 바빴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순위에서 아이온큐와 팔란티어가 아마존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메타보다 인기가 많고, 리얼티인컴과 비트코인 2X ETF 등도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투자 방식은 본인의 선택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장의 국장화'라는 웃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 나의 투자 성향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