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수처 검사서 묵비권 행사
자필 입장문 업로드로 '여론전'
자필 입장문 업로드로 '여론전'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 이틀째 불응하고 있다. 다만 여론전에는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집결하면서, 야당이 압도하던 정당 지지율 흐름이 뒤바뀌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의 출석 명령에 불응했다. 앞서 공수처는 오후 2시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다.
공수처는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오후 2시 조사와 관련,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오후 1시 50분쯤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앞서 이날 오전 언론에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거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 첫날인 전날 10시간여에 걸친 조사에서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전속관할권을 위반해 무효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여론전에는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15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입장문을 통해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선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영장이 집행된 후에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페이스북에 자필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 입장문은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로 원문 그대로 올렸다. 윤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저격하며 12·3 비상계엄의 선포 정당성과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이후 14일 탄핵 가결까지 다섯 번의 담화를 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사태부터 탄핵안 가결, 체포 직전까지 여야 지지율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 윤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고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영장집행 자체가 불법으로 판단해서 조사에 불응하고 있을 뿐, 본인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각에서 '부정선거론'을 믿는 극우세력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하는데, 의도를 갖고 있다기보다 결과론적으로 행위자체가 극우세력에게 메시지를 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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