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들이 예년과 다르게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특판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올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속 고금리를 제시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신년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새해 들어 신규 대출 영업을 확대하며 수신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나, 연초 출시 검토를 계획했던 곳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판매 중인 예적금도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을 내세운 상품이라고 말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두 차례 연속 내렸지만, 은행채 금리 인하 폭에 비해 기존 예적금 상품 금리 인하 폭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첫 거래자를 대상으로 한 예금 상품에 대해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3.6%를 제시한다.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최고 2%대 등도 있었다는 점에서 금리 수준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연초 새해 맞이 특판 상품을 내놨던 우리은행 등은 올해 들어선 특판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최고 연 7%대 고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을 내놨다. 창립 125주년을 맞이해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전날 급여 이체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달달 하나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이 적금은 지난해 50만좌 완판한 직장인 전용 급여 통장 '달달 하나 통장'의 후속 상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와 같이 프로모션 방식으로 고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월 정기예금과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내맘적금 등 총 3종의 상품에 '우대쿠폰' 이벤트로 금리 혜택을 제공, 상품별로 최대 연 5.0%의 금리를 적용한 바 있다.
한은이 올해 2% 중반대까지 추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커, 은행들이 고금리를 내세우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11월 기준 금리를 0.25%p씩 잇달아 내린 후,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선 환율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연 3.0%로 동결했다.
하지만, 정치·경기 불확실성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될 경우라면 올해 국제 유가, 소비자물가상승률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한 거 아닌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새해 들어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북은행은 오는 3월 말까지 1년 만기 기준 최고 3.6%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 상품을 판매한다. OK저축은행은 롯데멤버스와 손잡고 최고 연 10%(세전)의 금리 혜택을 주는 6개월 단기 정기적금 상품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