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 온다… 불붙은 속도전

입력: 2025-01-16 18:24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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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대부분 0~5단계 중 3단계 '조건부 자동화'
GM '슈퍼크루즈' 휠에서 완전히 손 떼도 작동
구글 웨이모·아마존 죽스는 '로보택시' 총력전
美·中 경쟁 불붙어 기술 도입·확산 빨라지는데
韓, R&D 예산 삭감에 주춤… 예타도 지지부진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로이터=연합뉴스

자율주행자동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버뱅크의 워너브라더스 영화 스튜디오에서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을 공개했다.

획기적인 디자인이었으나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기술의 허점으로 인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표 다음 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8% 가까이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완전 자율주행까지는 아직 못 미쳤다고는 하나 이미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와 '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 등이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단계=자율주행 기술은 시스템이 운전에 관여하는 정도와 운전자가 차를 제어하는 방법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된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가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레벨 0은 비자동화, 레벨 1은 운전자 보조,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레벨 3는 조건부 자동화, 레벨 4는 고도 자동화, 레벨 5는 완전 자동화로 점진적인 단계로 나뉜다.

레벨 0은 말 그대로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단계다. 레벨 1은 다수의 자동차에 도입돼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생각하면 된다.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전제로 특정 주행 모드에서 조향 또는 가·감속 중 하나를 수행한다. 레벨 2는 조종의 주체는 운전자에게 있지만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시스템이 자동차의 속도와 방향을 동시에 제어한다.

레벨 3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 자율주행 모드 해제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운전자의 운전을 요청하며, 레벨 4는 위험 상황에서도 시스템이 안전하게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완전 자동화인 레벨 5는 운전자 필요 없는 무인 자동차 단계다.

청와대 자율주행버스의 모습. 연합뉴스

◇업체별 자율주행 수준=완성차 업체에선 자율주행이 화두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자율주행차 시대도 머지않았으며, 반드시 도래한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개발 비용과 시간으로 인해 하나둘씩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범 운행 중인 로보택시를 제외하면 현재 상용화된 기술은 레벨 3에 가깝게 도달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핸즈프리 드라이빙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가 레벨 3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다. 슈퍼크루즈는 일반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는 달리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완전히 떼도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제공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도 적용하기 위해 GM은 맵 구축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 블루크루즈, 테슬라 오토파일럿도 이와 비슷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내년 초부터 레벨 3 수준인 드라이브 파일럿을 장착한 차량을 판매할 예정이다. 드라이브 파일럿은 최대 시속 95㎞의 속도까지 지원되며 양산 적용 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이 된다. 현재는 독일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 핵심 요직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합류하면서 테슬라도 자율주행차 산업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자동차 사고 보고 요구 조항을 폐기를 내세우는 등 자율주행차 산업을 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머스크는 주별로 상이한 무인 자율주행차 관련 법을 연방정부 승인 절차로 축소해야 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사이버캡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기에 이전에 관련 규제가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기아도 그룹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레벨 3 양산차 출시가 잇따라 연기되며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2022년 플래그십 세단 G90에 레벨 3를 최초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빠졌으며, 기아도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V9에 레벨 3 자율주행 옵션을 넣는다고 발표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2022년 7월 공개된 아마존 죽스의 무인 자율주행 차량. 연합뉴스

◇빅테크 업체 중심 로보택시 속도전=자율주행차 산업에 적극 나서는 건 완성차 업계뿐이 아니다. 빅테크 업체들은 잇따라 자율주행차 산업에 뛰어들며 기술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풍부한 기술력과 인재풀, 유연한 사고방식과 빠른 혁신 속도를 갖춘 빅테크 업체들은 보수적인 완성차 업체보다 빠르게 산업에 녹아들고 있다.

미국에서 테슬라 외에 현재 로보택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구글 웨이모, 아마존 죽스 정도로 이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다. 서비스 운영능력에 강점이 있으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로보택시를 시범운영해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완성차 업체의 경우 로보택시 운영 중 사고가 발생하면 제품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되기에 판매량과 리더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로보택시 산업에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통해 700여대의 자율주행차를 운영하고 있다. 웨이모는 재규어, 크라이슬러, 지커 등으로부터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시킨 차량을 공급받고 있다. 현대차도 웨이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서비스에 투입시킬 예정이다.

중국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고'

◇美·中의 리더십 전쟁=자율주행차 산업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이들 국가는 높은 수요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 등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BYD 등 9곳의 완성차 기업이 레벨 3의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하도록 허가하면서 자율주행차 산업을 밀어주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중국제조 2025'와 함께 자율주행산업에 대한 언급이 시작됐으며, 2017년 '국가자율주행산업 표준체계 가이드라인'이 수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코로나19 이후 자율주행 표준 및 기술 R&D 정책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시범운영에 대한 안전 서비스 가이드라인 발표 등을 통해 제도를 구체화했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몰려있는 미국은 이들 주도로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이 시작됐다. 특히 자율주행차 산업에 다소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이든 행정부에 반해,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들어서면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로 자율주행 산업의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으로 인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테슬라와 중국 업체 간의 경쟁이 이젠 스마트화와 맞물려 자율주행차로 넘어가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술 혁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상무)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관으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미국과 중국간의 기술 경쟁에 의해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도입·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 머스크가 협력하며 자율주행 규제 완화 이슈가 있기에 이와 맞물리면 예상보다 빠르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웨이모에 공급될 아이오닉 5 차량 렌더링 이미지. 현대차 제공

◇韓 자율주행 발전 걸림돌은 정부=다만 한국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생산을 시작하고, 스트라드비젼 등 스타트업이 레벨 3 수준의 기술 성과를 발표하는 동안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 정부조차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상태이기에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R&D 예산 삭감이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기술개발에 걸림돌이 됐으며, 대형 국가 R&D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폐지하는 방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으나 국회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연내 시행이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국내 자율주행차 업계가 개발 및 시험 기지로 한국이 아닌 미국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미 웨이모와 손잡고 미국 도로에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투입한다. 이에 더해 아마존과 같은 미국 빅테크 업체, GM 등 완성차 업체와도 협력에 나서고 있어 미국에서의 기술개발에 더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제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원, 시장, 기술력,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자원과 시장이 뒷받침해 주지 못해 기술력을 앞세워야 하는데 규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이 합작회사 설립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가 기술 유출의 문제도 있으며, 상용화 후에도 수익이 해외로 이탈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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