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소수 초부유층에 집중… 권력 남용 견제 안하면 그 결과가 위험할 것"

입력: 2025-01-16 17:06 박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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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닷새 앞두고 고별 연설… 유독 억만장자 많은 점 지적
"과두제 견제위해 세법 개정해 은밀한 정치 자금 근절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오늘 미국에는 지나친 부와 권력, 영향력을 가진 '과두제(oligarchy)'가 형셩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민주주의 전체,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정말로 위협하고 있다."

퇴임을 닷새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고별 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과두제'란 소수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체제를 뜻하는 말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 가운데 유독 억만장자가 많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19세기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악덕 자본가'(robber barons)로 비유하면서,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 나를 매우 걱정하게 만드는 어떤 것들에 대해 이 나라에 경고하고 싶다"고 운을 띄운 뒤, "권력이 아주 소수 초부유층의 손에 위험하게 집중됐으며 그들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지 않으면 그 결과가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과두제가 위협하는 분야 중 하나로 기후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강력한 세력들은 우리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한 조처들을 없애고 권력과 이익이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견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휘두르고 싶어 한다. 우리는 협박당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사실을 언급하고서는 "난 우리나라에 실제 위험이 될 수 있는 기술산업복합체(tech industrial complex)의 부상 가능성을 똑같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팩트체크 폐지 등 최근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행동 역시 '과두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팩트체크를 포기하고 있다. 권력과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 진실을 질식시키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과 가족, 우리 민주주의 자체를 권력 남용에서 보호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두제를 견제하기 위해 세법을 개정해 억만장자가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고, 은밀한 정치 자금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방대법관에 엄격한 윤리 규정을 적용하고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며, 의원의 재임 기간 주식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헌법을 개정해 어떤 대통령도 재임 기간 저지른 범죄를 면책받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난 미국이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음 행정부가 성공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정권의 평화롭고 질서 있는 이양을 보장한다는 내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대통령직, 의회, 법원, 자유롭고 독립된 언론 등 자유 사회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차기 정부에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끝으로 자신과 함께한 행정부 인사들과 가족들, 그리고 미국 국민에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그는 "난 50년을 공직에서 보낸 뒤에도 이 나라를 설립한 사상을 여전히 믿는다. 우리는 제도의 굳건함과 사람들의 인성이 중요하고 지속돼야 하는 나라다. 이제는 여러분이 그것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