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핵심 안건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날 제1차 위원회를 개최해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안건 제1-1호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을 결정했다. 또 제1-2호 안건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권 변경의 건에 대해서도 찬성하기로 했다.
임시주총의 핵심 쟁점 안건인 집중투표제에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하면서 승기는 최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는 평이 나온다. '3%룰' 적용시 영풍·MBK 측과 최 회·우호세력 측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 중 3분의 1을 국민연금이, 3분의 2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 상당수에 이어 국민연금도 고려아연이 가지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으로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성과, 미래성장을 위해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경영진과 임직원은 이번 임시주총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측이 이사회 장악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 달성에만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권위있는 결정마저 지속적으로 폄하하는가 하면 그들의 명예마저 훼손시키고 있다"며 "이는 상대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과정뿐 아니라 그동안 보여온 기업경영 방식과 행태, 근로자들을 대해 온 모습의 축소판"이라고 꼬집었다.
또 "MBK는 대부분의 자금을 중국과 중동 등 해외로부터 출자 받는 만큼 이들을 위한 수익극대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국익이나 국민, 노동자와 지역경제 등 사회와 공익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이나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현경영진과 임직원 모두는 비철금속 세계1위를 향해 흘렸던 땀과 노력의 가치를 밑바탕 삼아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 나아가 탈중국 핵심소재 공급망에 기여할 것"이라며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MBK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 될 것"이라며 "MBK와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의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