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2·3 비상계엄 '내란 특검법' 17일 국회 처리가 임박한 시점 원안보다 수사범위·기간 등을 대폭 줄인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했다. 특검법 자체를 "아무 쓸모없다"던 입장에서 물러선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양보를 시사하되 "이번 협상에 내일은 없다"며 타결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비상계엄 특검법)을 당론 발의,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당 소속 의원 108명 중 강경성향 윤상현·장동혁·정희용·유영하 4명의 의원이 거부하면서 104명이 이름을 올렸다. 오후 3시부터 민주당과 협상 중이다.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윤석열 정부의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란 특검법) 상정을 앞두고 여야가 국민의힘 측 '비상계엄 특검법' 발의안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정회하자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여당은 6개 야당 의원 188명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란 특검법)에 반대해 대안을 제시했다. 폐기된 1차 내란 특검법에서 나아가 대북정책에 대한 외환유치죄가 추가되고, 일반인 내란선동·선전죄 수사를 가능케 한 점 등을 문제삼았다.
국민의힘은 위헌적 요소를 제거했다며 "수사대상에서 일반국민을 수사할 수 있는 내란선전·선동, 대북정책 등 외환죄 혐의, '인지 수사' 규정을 삭제하는 등 야당이 무차별적으로 제기한 11개 의혹을 5개로 정리했고 수사기간을 '최장 150일'에서 '110일'로, 수사인원을 155명에서 58명으로 축소"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수사대상자에게 '수사 협조'를 강요하는 독소 규정을 제거했고, 수사 편의를 위해 형사소송법상 군사비밀·공무상비밀 등 압수수색 거부규정을 배제하는 특례규정을 삭제했다"며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언론브리핑 규정을 제외했다"면서 합리적 조정안이라고 자평했다.
내란선전·선동 혐의는 강성 친윤(親윤석열) 유튜버·정치인들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한 바 있는데, 일반국민 수사 우려를 내세워 특검 수사를 차단한 모양새다. 다만 여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하란 특검법 발의에 동참함으로써 '배신 프레임'이 무색해지는 등 여권 내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비상계엄 특검법은 또 특별검사 추천 방식에서 여야 아닌 제3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야당안(案)을 유지하되 총 '3인'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한차례 만난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를 정회한 뒤 오후 3시 양당의 특검법 수정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노종면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여당 특검안에 "특검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단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족쇄 법안"이라며 "외환(죄)도 안 되고, 선전선동(죄)도 안 되고, 브리핑도 안 되고, 수사기간도 줄이고 인력도 줄이는 족쇄법안이다. '내란'이란 표현도 '못 쓰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법안을) '내기 싫어 죽겠지만 할 수 없이 낸다'는 부제라도 달아주고 싶다"고 꼬집으면서도 "법안으로 발의를 했으니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의 상식과 양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수준의 조정'은 각오하고 있다"고 협상을 전제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법안까지 발의하며 협상을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판을 깼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내부 표 단속을 하겠다는 얕은꾀에 불과하다""며 "협상을 가장한 침대축구는 통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내란 사건 수사의 본질을 훼손하는 타협은 없다. 어떠한 경우라도 오늘을 넘기진 않겠다"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