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 백악관이 마지막까지 챙기는 주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규제에 그치지 않는다. 또하나의 중요한 주제가 코로나19 기원 규명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정보 당국에 코로나19의 기원을 다시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일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에 외부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코로나19에 대한 기존 조사 결과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차기 정부 출범 직전 이를 요청한 것은 미국인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사회를 뒤흔든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ODNI 대변인은 "우리의 철저한 분석을 계속하고 있으며 작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 패널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당에 따라 갈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은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으며 그 감염이 처음 일어난 장소가 중국 우한일 것이라고 분석한 과학자들에 대체로 동의한다.
반면 공화당과 다른 과학자들은 중국의 실험실에서 사고로 바이러스가 누출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트럼프 당선인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실험실 유출 이론을 적극 지지해 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전 어느 실험실에 보관돼 있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이 주장은 갈수록 미국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정보 당국에 기존 자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정보 당국 간에도 이견이 있었다.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우한에서 위험한 바이러스 연구를 하다가 바이러스가 누출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4개 정보기관과 국가정보패널은 동물을 통해 전파됐다는 이론의 손을 들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기원을 추적해온 연방수사국(FBI)은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3년 전에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26일(현지시간) 당시 FBI의 조사를 담당했던 제이슨 배넌 박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생물학 전문가로서 FBI에서 20년 이상 생물학적 무기를 연구한 배넌 박사는 "FBI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판단한 유일한 기관이었고, 그 판단의 신뢰도는 중간 정도였다"고 밝혔다.
FBI는 이 같은 결론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하려고 했지만, 정작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백악관 브리핑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배넌 박사의 설명이다. 국방정보국(DIA) 산하 국가의학정보센터(NCMI) 소속 과학자 3명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가 2008년에 발표된 중국 과학 논문이 소개한 기술로 제조됐다는 것이다.
한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당시 현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러스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FBI에서 은퇴한 배넌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2021년 미국 정보기관들의 백악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잘려 나간 증거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