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유족에 따르면 지난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부터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중앙경제 편집국 국장대리,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는 고인이 중앙일보 문화부장일 때 문화부 기자였다.
1970년대 10년간 문학 담당 기자로 활약한 고인은 문학과지성사의 '4K'로 불린 김병익, 김현(1942∼1990), 김치수(1940∼2014), 김주연씨와 교류가 있었다. 김현은 고인에게 "훌륭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문학을 포기했다고? 문학을 너처럼 무겁고 어렵게만 생각한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문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고 힐난했지만 고인은 문단과 문학을 지켜보는 문학기자의 길을 갔다.
고인은 1981년 5월30일 문화부 편집위원 시절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한수산의 소설 '욕망의 거리'를 문제 삼은 보안사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보안사는 소설 중 '어쩌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만나게 되는 얼굴, 정부의 고위관리가 이상스레 촌스런 모자를 쓰고 탄광촌 같은 델 찾아가서…'라는 대목이 전두환 대통령의 탄광촌 순방을 풍자한 것으로 보고, 연재소설 필자를 고른 고인을 집중 추궁한 것이다.
3박4일 후 석방될 때 고인을 업고 나온 당시 출판부 기자 이근성은 "정규웅 부장을 업고 중앙일보로 왔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면서 "얼굴만 빼놓고 온몸이 검붉게 죽어있는데, 사람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부인 이경자씨는 "고인이 남긴 원고 중에 당시 상황을 기록한 것이 수백매 있더라"라고 했다.
중앙일보에 '정규웅의 문단 뒤안길' 등을 연재했다. 또 이런 글을 묶은 '휴게실의 문학'(1978), '오늘의 문학현장'(1982), '글동네 사람들:문학·문단·문인'(1991), '글동네에서 생긴 일:60년대 문단 이야기'(1999),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정규웅의 문단 뒤안길'(2010), '1980년대 글동네의 그리운 풍경들:1980년대 한국 문학과 문단·문인 이야기'(2018) 등과 '나혜석 평전:내 무덤에 꽃 한 송이 꽂아주오'(2003), 추리소설 '피의 연대기'(1991) 등을 펴냈다.
유족은 부인 이경자씨와 아들 정현우(공무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21일 오전 9시, 장지 연천 천주교 아우구스티노 수도원. (031)90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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