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테크티키타카]韓 영토 키우는 애플페이...`中 5배` 수수료 논란 재점화

입력: 2025-01-19 10:51 김나인 기자

폰트

기자 구독

[김나인의 테크티키타카]韓 영토 키우는 애플페이...`中 5배` 수수료 논란 재점화

현대카드 제공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의 제휴로 국내에 상륙한 이후 올해 신한카드 등 제휴처 확대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그간 한정된 제휴처로 '반쪽짜리' 서비스라고 불렸던 애플페이의 확산으로 국내 1위 모바일 결제 플랫폼 '삼성월렛'과 '손바닥 위 페이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다만,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카드사가 늘어나면 중국과 비교해 5배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역차별 문제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간편결제 생태계를 위해 지속 투자해 온 국내 기업들과 달리 애플페이가 '무임승차'하면서 국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3년 3월 현대카드의 국내 애플페이 도입 이후 약 2년 만에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까지 애플페이 서비스 연동을 검토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에 이어 국내 카드 점유율 절반에 넘어서는 1~3위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연동하면 서비스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적은 제휴 카드사와 사용처에 아쉬움을 겪었던 국내 소비자들이 환영할 소식이다.

문제는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다. 이로 인해 국내 간편 결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애플페이는 결제 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0.03%인 중국 대비 약 5배 높은 수수료다. 이스라엘(0.05%)보다도 현저히 높다. 카드사들은 높은 수수료에도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1020세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에 이어 국내 카드사들이 속속 애플페이와 손잡으면, 후발 업체들 또한 경쟁력 약화 우려로 도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애플페이 사용 확대로 지급 수수료가 늘어나면 카드사 제휴 혜택을 줄이거나 가맹점에 부담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애플페이의 결제가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사의 결제망을 거쳐 처리되면서 소비자 결제 정보 데이터가 미국 회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에서 비자·마스터를 지원하는 카드를 사용하면, 해당 브랜드의 사용 수수료와 함께 결제 인증에 필요한 토큰 발행 비용을 추가로 국내 카드사가 비자·마스터카드에 부담해야 한다. 국내 카드사는 애플페이 수수료를 애플과 비자·마스터카드 세 곳에 지불하는 셈이다. 애플페이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외국 기업의 매출, 수익으로 귀속돼 국내 시장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와 달리 애플페이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외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고 해당 국가 결제망을 이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자체 규격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애플페이가 해외 결제규격을 활용해 국내 모바일 결제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전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삼성월렛이 주도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간편결제 앱 이용자 수 상위 10개 앱 중 삼성월렛 이용률은 61.5%에 달한다. 전체 간편결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간편결제 앱 사용자 수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62%에 해당하는 3151만명으로 집계됐다. 삼성월렛은 단순 결제 외에도 모바일 신분증, 항공권, 쿠폰, 계좌 등 '전자지갑' 기능과 단말기 뒷면을 맞대면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탭 이체' 기능 등을 제공하며 애플페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인 애플의 애플페이가 확산하면 역차별 문제가 불거져 그간 수수료 무료 방침을 유지한 삼성전자 또한 유료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도 지난 2023년 카드사 상생 차원에서 수수료 무료화 방침을 유지하기로 매듭지은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상황이 오면 삼성전자만 수수료를 무료로 서비스를 할 수 없으니 내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결제시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도입도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페이는 NFC 단말만 사용할 수 있어 점포에서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로 비용을 들여 교체해야 한다. 현재 전국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전해졌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