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총수들이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민간 가교'를 위한 마중물 역할에 나선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플루티스트인 부인 한지희 씨와 미국에 입국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로서의 공식·비공식 일정에 들어간 상태다. 부인 한씨와 함께 취임식은 물론 소수의 VIP만 참석할 수 있다는 취임 축하 무도회에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날 뉴욕 JFK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 회장은 당일 전용기편으로 워싱턴DC로 이동, 취임식 전후 미국의 주요 정·재계 인사와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정책에서 '막후 실세'로 꼽히고 있는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해외 정상급 인사 등을 만나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취임식 전 트럼프 당선인과 두 번째 면담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중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5박 6일간 머물며 트럼프 당선인과 처음 대면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 쿠팡Inc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도 취임식과 만찬, 무도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쿠팡에서 취임식에 참석하는 인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트럼프 1기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번에 초청자 명단에 들었다. 김 의장이 쿠팡을 한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미 경제 협력의 매개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미국에 설립된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모기업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발탁한 알렉스 웡이 2021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의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정책 관련 총괄 임원(Head of public affairs)으로 일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한미친선협회의 추천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허 회장은 취임식을 계기로 한국 경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의 교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SPC그룹의 경우 2005년 파리바게뜨를 미국에 진출시켰다. 현재 미국 내 매장 수는 200여개로 확대된 상태며,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주 빌리슨시에 1억6000만달러(약 2334억원)를 투자해 제빵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전날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재계 미국통'으로 알려진 류 회장은 공화당 중에서도 부시 가문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 회장은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서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한미친선협회 추천으로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으며, 우 회장의 현지 일정도 주로 한미친선협회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은 8년 전 트럼프 1기 취임식에도 초청돼 참석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장재훈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식 전 만찬에만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해 주목받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현대차가 이를 계기로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다.
김수연·장우진기자 jwj17@dt.co.kr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게페르트 남덕우경제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