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 21일 파업 단행
'빚내 성과급 달라' 억지 주장도
국가 경제까지 부담 가중 우려
'빚내 성과급 달라' 억지 주장도
국가 경제까지 부담 가중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연초부터 파업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말 현대트랜시스 노사 갈등이 봉합되면서 한숨 돌리나 했지만, 이번에는 현대제철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까지 찾아가 '빚내서 성과급 달라'는 식의 억지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부터 '위기'를 강조하는 등 자동차 사업은 올해 내수와 수출 모두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까지 발목을 잡을 경우 기업은 물론 수출 등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오는 21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위하 파업을 단행하고, 설비보호를 위한 필수 유지업무만 수행하기로 했다. 익일인 22일 오전 7시부터는 노조 가부 전원이 24시가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서울 한남동 정 회장 자택 근처에서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작년 9월 상견례 이후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안과 함께 2024년 성과급과 2025년도 성과급을 올해 임단협에서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제철은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5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4억원)보다 5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에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경우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작년 하반기 내내 사측과 임단협을 놓고 진통을 겪다 올 초에야 봉합됐다. 작년 12월 말엔 성연공장 노조(현대트랜시스 지회), 이달 10일엔 지곡공장 노조(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의 임단협이 각각 타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 역시 정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벌여 '민폐 시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당초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전년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규모여서, 이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처지였다.
이 외에도 현대차가 2대주주로 있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올 들어 파업에 본격 돌입했다. GGM 주주단은 '투자금 회수' 등의 경고에 나선 상황으로,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작년에도 세계 3위 판매 자리를 공고히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 침체, 고환율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서는 BYD 등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으로, 생산차질은 곧바로 점유율 이탈과 직결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에만 24조3000억원의 역대 최대 투자 규모를 발표하며 국내를 미래차 허브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현대차·기아는 임단협에 따라 신규 기술직도 지속 채용 중이다. 그룹의 주체격인 현대차는 작년까지 6년 연속, 기아는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마무리 지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위기'를 14번이나 언급하며 위기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갖추게 되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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