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민주당 의원 '장애인 게임 접근성 보장법' 발의
게임사 개별 노력뿐 연구 외 세밀한 정부 지원 없어
국가 차원 장애인 접근성 증진 지원 근거 명시해야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가족과 함께 놀고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아요. 제 장애에 맞게 조정되지 않아서요."
"게임은 휴식을 취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어요."
국민 절반 이상은 게임을 여가 문화로 즐기고 있는 시대다. 게임은 K-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70%를 육박할 만큼 국내 성장을 이끄는 주요 축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즐기는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씁쓸함과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바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어려움으로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차별 없는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마이크로소프트(MS), 일렉트로닉아츠(EA) 등은 접근성 정책을 토대로 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고안하고 있다. 돋보기, 색맹 보조 필터, 야간 모드, 음성·텍스트 변환 등의 기능은 물론 각종 툴과 전용 컨트롤러를 설계, 출시하는 식이다.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이 커지면서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오브젝트 디자인에 차이를 두거나 다양한 색을 지원하고 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고대비 모드 전환, 저시력자를 위한 이미지 텍스트를 제공한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게임문화 접근성 향상을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이다. 국내 최초 2023년부터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각종 재단, 센터와 협력해 뇌병변·지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게임 보조기기를 지급한다. 이 밖에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도 전국 장애 학생 e페스티벌을 개최한다거나 장애인 게임 접근성 관련 전자책 발간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대형 게임사 중심이라는 게 한계로 꼽힌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장애인 게임 이용 지원의 근거가 돼야 할 게임법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한 만큼 국내 게임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중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대형 게임사라도 국내 게임 시장 규모 자체가 작고 엔데믹 이후 산업 전반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마냥 기업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지원보다 연구·개발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세우고자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기능성 게임 콘텐츠 제작 지원 지정 공모, 시각·청각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방안 연구 등을 실시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의 원활한 게임 이용을 보장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각 기업의 선의에만 기대기보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개정안은 장애인의 게임물 이용 편의 증진을 보장하고 국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토대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게임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보면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시행 시 '장애인의 게임물 이용 편의 증진'을 포함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게임물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업자를 지원하고 관련 교육·홍보·연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임 의원은 "게임은 누구나 누려야 하는 문화로서 장애인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도 게임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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