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자 1명이 다수 코인에서 불공정 거래
세부분석·내부심리 절차 등에 적발 지연
"유동성·가격 등 유의종목 지정 기준 필요"
세부분석·내부심리 절차 등에 적발 지연
"유동성·가격 등 유의종목 지정 기준 필요"
2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특정 가상자산을 선매수한 뒤 단시간에 반복적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올린 혐의자가 검찰에 고발됐다.
취재 결과 해당 혐의자는 단 1명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 한명이 가장 단순한 시세조종 방식인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을 올려 수억원을 벌 수 있는 가상자산 투자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거래소에 이상거래 상시감시 의무가 부여되면서 거래소는 시세정보와 매매데이터, 종목별 거래량, 계정별 입출금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상거래가 감시될 경우 거래소는 사전에 이용자에 특정 종목에 대한 유의 사항을 안내하고 이상거래 행위자의 거래를 중지할 수 있다.
이후 이상거래를 적출해 혐의내용을 심리하고,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에 조사나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적발된 혐의자는 유동성이 낮은 다수의 코인에서 한 달동안 시세조종 행위를 반복했지만, 5대 원화거래소 중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특정 가상자산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거래소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통상 통정매매나 과도한 주문 및 체결관여, 시세관여 등을 이상거래로 보고 있다. 빗썸의 경우 해당 이상거래가 발견돼 조치대상으로 선정된 경우 2차례의 경고 이후 해당종목 서비스 이용 제한과 전체종목 서비스 이용 제한 등 총 4단계의 조치 절차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일반 투자자들은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에도 불공정거래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한 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자서 시세를 움직일 정도면 유동성이 극도로 낮은 종목이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거기서 나타나는 거래량 급증이나 가격 급등 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감시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이상거래 혐의가 발견되면 혐의자의 거래를 우선 중지하거나, 미리 유동성이나 가격 변동 기준을 정해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우선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이상거래 상시감시 업무에 대한 미흡함은 이미 지난해 금융당국의 현장점검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단계적인 사전조치 기준은 마련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종목이나 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적시에 발동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이상거래로 적출된 혐의자에 대한 심리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한 달여간 반복된 시세조종 행위를 적시에 적발하지 못해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고, 투자유의종목조차 지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상거래 감시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가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2~3차례 반복된 뒤 이상거래로 적출했다 하더라도 세부 분석과 내부 심리 등의 절차로 인해 조치가 늦어진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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