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구속적부심사 등 법적 불복 절차를 통해 '막판 뒤집기'에 나설 전망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며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했다. 시일야방성대곡은 1905년 황성신문 주필 장지연이 을사늑약 체결 당시 이를 규탄한 논설의 제목으로 "이날 목 놓아 통곡한다"는 뜻이다.
변호인단은 "엉터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주장하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적부심은 수사기관의 피의자 구속이 적법한지와 심사 시점에 피의자를 구금할 필요가 없어졌는지 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핵심은 구속을 취소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느냐다. 이미 구속 사유를 '증거인멸 우려'로 든 만큼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수사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사정 변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여권은 윤 대통령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무죄 추정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한 원칙이다. 오늘 새벽 영장 발부는 이런 원칙을 무너뜨렸다.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무 정지 이후 윤 대통령은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였다"며 "비상계엄 관련자 수사는 대부분 종료돼 중앙지법, 군사법원에 기소돼 있고 단순히 전화기 하나 바꿨다고 증거 인멸로 판단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총 5개 재판을 받는다"며 "혐의가 확인되면 (윤 대통령처럼) 똑같이 구속돼 법적 형평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애당초 생방송으로 중계된 단 6시간의 계엄에서 더 나올 증거가 뭐가 있겠는가"라며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인 데다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명은 이미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야당은 구속이 적법하다며 서부지법 난동사태가 발생한 것을 문제삼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기관에 대한 불법 폭력사태를 부추기는 자는 그가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관용없이 처벌함으로써 공권력의 권위를 회복하라"며 "혼자 살겠다고 나라를 절단내고 있는 윤 대통령의 반국가적 범죄 행위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법치를 부정하는 선전, 선동을 멈추고 수사기관 수사에 순순히 응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여야는 이 대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 증거인멸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직무가 정지돼 사실상 연금상태인 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국민께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사법 절차에 불응한 적이 있냐"며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맞받았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