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구속되며 '버티기' 행보가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94년부터 20여년간 검사로 활동한 법률가다. 2013년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부임한 뒤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이때 박근혜 정부와 충돌해 직무배제 및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받고 대구고등검찰청으로 좌천당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에 드러나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재기했다. 이 덕에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지만 '조국 사태'를 수사하며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어 검찰총장 정직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며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중요시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윤 대통령은 검사장 출신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수사망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버티기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은 사상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을 낳은 자충수라는 평가다.
서울서부지법은 18일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법원 심문에서 두 차례에 걸쳐 45분가량 직접 변론을 했다. 당연한 절차이지만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간 윤 대통령이 한 번도 절차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이나 공수처의 소환 조사에 불응했다. 공수처가 관저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수취 거절을 하기도 했다. 체포 영장이 발부된 후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의 보호를 받으며 버텼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서부지법은 관할권이 없어 체포영장 자체가 위법하고 무효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쳤다.
2차 체포 영장이 집행될 때는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자진해서 관저를 나섰지만 같은 주장의 영상 메시지를 남기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가 된 후에도 진술을 거부했다. 첫날 조사에서는 이름·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을 포함한 모든 조사에 답하지 않았으며 이틀, 사흘째 조사에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변호인단을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앙지법으로 법원까지 바꾸면서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지만 이는 기각됐다. 중앙지법 판사가 "체포는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이기에 윤 대통령 측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는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것 등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어서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