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인 윤석열 대통령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날의 칼'위에 서게 됐다. 잘 활용하면 대선 독주구도를 굳힐 수 있지만, 잘못하면 역풍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의 민심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가진 입장 발표에서 윤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빚은 폭력 사태를 놓고는 "국가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사법 체계를 파괴하고 민주공화국의 기본적 질서를 파괴하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견이 적고 법적 문제가 있는 사안에 비판을 집중한 셈이다. 여당이 민감해하는 사안에 대한 평가는 피해, 제1야당 대표로서 정쟁을 야기시킨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대표는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한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20일에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국민·하나·신한·우리·NH농협·IBK 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장들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고, 상생 금융확대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생을 챙기는 수권정당 리더이자 대권후보로서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사법리스크로 언제든지 역풍이 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 대표 재판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2심에서 다시 유죄를 받는다면, 정치인의 흠결에 냉소적이고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한 중도층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집행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총 5개 재판을 받는다"며 "혐의가 확인되면 (윤 대통령처럼) 똑같이 구속돼 법적 형평성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입법 독주, 내란죄 삭제, 카톡 검열 논란 등에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민심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해 과표집된 영향도 있고, 우리 당이 최근에 보여줬던 모습에 대해 약간 실망감도 있을 수 있다"며 "종합적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여져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