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장관 지명자 칩스법 언급
현대차, 美 완성차 동맹 가세
"대외총괄 컨트롤타워 필요해"
현대차, 美 완성차 동맹 가세
"대외총괄 컨트롤타워 필요해"
트럼프(사진) 2기 정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미국의 산업 정책을 이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반도체·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희망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견해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전 반도체법에 대해 "너무 나쁘다"면서 보조금 대신 관세가 더 나은 해법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새 정부에서 미국의 산업 정책을 이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최근 반도체법 지속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현 상무장관은 최근 직원 모임에서 '러트닉 지명자가 자신에게 이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미 상무부와 트럼프 정권 인수위 측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도체법은 미 의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공화당 측은 반도체법 가운데 환경 요건이나 노동 친화적 규제 등 이른바 '사회적' 조항들을 없애고 싶어 한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최종 발표했는데, 이는 당초 예비거래각서(PMT) 때보다 약 26%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투자 규모 축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이미 확정된 지원안은 변경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반도체법에 따른 실제 보조금 지급이 차기 행정부에서 이뤄지고 법 해석 상으로도 변경 여지가 있는 만큼 수혜 기업들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법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혔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차기 정부의 입장은 지금까지 명확하다.
다만 트럼프 2기 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이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대중국 규제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한 사항이다.
현대차가 이번 취임식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경쟁사들과 함께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하며 행사 비용 지원에 동참했다. 이는 현대차 미국 공장도 '자국 산업'에 해당된다는 점을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중국 견제를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경우 미국 시장에 이미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담겨있다. 현대제철의 미국 현지 생산공장 검토 역시 대중국 견제의 반사이익 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미국 현지 추가 투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은 적자 구조가 큰 산업에 관세를 추가로 높일 가능성도 제기돼 반도체·자동차 등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이를 대비할 전략이 필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법 등)법의 폐기 또는 개정은 의회와 협의하에 이뤄져야 하니 반드시 변경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행정명령을 통한 산업보조금 축소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본과 대만처럼 한국도 트럼프 정부의 차별적 무역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원화된 대외총괄 컨트롤 타워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보편적 관세 25% 적용을 언급했다가 국내 제조사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니 예외 조항으로 뺐던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이러한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순원·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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