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뉴노멀(새로운 표준)' 우려가 짙어졌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의 무역 관세 및 협정 등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의 1500원 천장마저 뚫릴지, 큰 폭으로 하락해 1400원 밑으로 내려올지 예의주시해야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 폭탄'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원 오른 1458.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주 환율은 미국 물가 둔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금리 인하 발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 집행, 한국은행 금리 동결 등 영향에 1450원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폭을 확대한 것은 견고한 미국 경기 흐름에 따른 통화 완화 기대 약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적 반영, 12·3 내란사태에 따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이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환율 상승폭 가운데 50원 가량은 글로벌 강달러 요인, 나머지 20~30원은 비상계엄 충격으로 각각 분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안착하며 1500원 뉴노멀 우려가 잠식되는 것 같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경계감이 높아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가 "결정적으로 우리는 달러가 기축통화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스탠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월러 이사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채권금리가 하락했음에도, 트럼프 취임식을 앞둔 관망세가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환율은 1450원 중반에서 횡보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편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서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지만, 정작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모순적인 정책조합 탓에 달러화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1985년 플라자합의와 같은 소위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비중 있게 거론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취임식을 하면서 트럼프의 입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보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다"며 "하방보다는 상방 압력이 7대3, 8대2 정도로 더 높아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크게 튀어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예상을 하회한 미국 12월 근원 물가 상승률 발표로 강달러 압력이 진정됐고,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으로 탄핵 프로세스에 대한 우려가 다소나마 경감됐다"며 "대내외 원화 약세 압력이 단기적으로나마 완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중장기 하락 방향성을 유지하며 1분기 평균 환율은 1440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