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사업자중 프라뱅만 승인
거래량·시스템 등 기준 모호
거래량·시스템 등 기준 모호
금융위원회가 최근 5년여간 거래가 한 건에 불과한 코인거래소에 대한 가상자산취급업자 라이센스(바스프)를 갱신해주면서 과정에서, 관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등 이용자가 많고, 거래 체계가 잡힌 사업자들이 여전히 갱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가장 먼저 갱신 심사를 통과하면서다.
특히 이용자 보호를 위한 이상거래 감시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당국이 사실상 거래가 전무한 사업자의 감시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검증한 것인지 공개하지 않으면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코인마켓거래소 프라뱅에 신고수리증을 교부했다. 갱신이 필요한 29개 가상자산사업자 중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갱신신고가 수리됐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에 관련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유효기간은 3년으로, 이후에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갱신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바스프를 보유한 41개 업체 중 유효기간이 지난 업체는 29곳에 달한다. 원화거래소 1위 업체인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 코인원 등 5대 거래소 모두 유효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갱신신고가 수리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갱신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 위한 인력과, 전산설비 및 내부통제체계가 운영되고 있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이상거래 상시 감시시스템 등 물적설비도 필수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프라뱅의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 등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거래가 거의 없는 거래소의 시스템 구축 내역, 의심거래 보고 관련 내용 등을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냐는 것이다.
현재 프라뱅이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코인은 5개에 불과하고, 바스프 신고를 마친 2021년 12월 이후 이뤄진 거래는 1건에 불과하다. 전체 거래대금은 약 2000원 수준이다. 거래소 홈페이지의 마지막 공지는 지난해 9월에 멈춰 있고, 거래를 지원하는 코인의 차트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인해 입출금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효기간 내에 홈페이지를 닫았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업자가 실제 사업을 영위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본 뒤 갱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거래량이 많은 곳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살펴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데, 이렇게 되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제대로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우선적으로 갱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정작 업계에서 시스템을 가장 잘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원화거래소에 대한 심사는 기약조차 없는 상태다. 사업자들이 줄줄이 갱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당국의 심사를 두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강조해서 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을 어렵게 구축해 놨는데, 사실상 의미 없는 것 아니냐"라며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자의 역량과 시스템, 실제 이용자의 사용 여부까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거나, 이용률이 극도로 저조한 곳의 라이센스는 만료시키고,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쉽게 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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