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58건… 경영권 분쟁 40%
코스피 425건·코스닥 773건 집계
세원이앤씨 44건으로 가장많아
코스피 425건·코스닥 773건 집계
세원이앤씨 44건으로 가장많아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소송 공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영권 분쟁이 40%에 달했다. 업계에선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주주들의 의식이 높아짐과 동시에 적대적 인수합병(M&A), 행동주의펀드 캠페인 등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 소송이 늘어났다고 파악한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 상장사들이 공시한 소송 관련 건수는 총 11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1.12% 증가한 수치로, 전자공시시스템 가동 이후 집계된 역대 최고치다.
1158건 중 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건수는 733건으로 전년(675건) 대비 8.59% 늘었고 코스피 상장사의 공시 건수는 전년(281건) 대비 51.24% 증가한 425건이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매년 500~600건의 소송 공시 건수를 유지해오며 소폭 증가세를 보인 반면, 코스피 상장사의 소송 공시가 급격히 증가해 전체 집계 건수 증가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이전에는 소송 공시 건수가 100건 후반에서 200건 초반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3년에는 281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400건을 넘어섰다.
425개의 코스피 상장사 소송 공시 내역 중 193건(45.41%)이 소송 등의 판결·결정 공시였으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공시는 170건(40%)에 달했다. 전년(85건) 대비 10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공시한 기업 중 세원이앤씨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양금속(18건), 케이아이비플러그에너지(17건), 고려아연(12건), 대호에이엘·한미사이언스(10건) 등의 순이었다.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 급증은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높아진 관심, 거버넌스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되는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펀드들의 캠페인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회사가 잘못되고 있어도 그냥 넘어갔다면 이제는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이 존재하는한 회사에 요구사항들이 많아질거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소송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2024년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과 상정 안건 수는 41개사, 154개로 집계됐다.
이 중 임원의 선·해임이 86건으로 전체 주주제안 안건 중 58%에 해당했고 정관변경이 28건(19%), 주주환원이 26건(18%), 임원보수한도가 7건(5%)이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안건은 7건이었다.
또한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한 기업 수는 전년과 동일한 8개사이며 이 중 주주제안 안건이 1건 이상 가결된 기업은 4개사였다. 기업 기준 가결률은 50%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결권 구성 등이 공시로 확인이 가능하니 상장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라며 "신사업,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할 자금들이 경영권 방어에만 집중된다. 기업들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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