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기 개헌 후 대선" 여야 원로 충언, 이젠 행동으로 옮길 때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1/2025012002102369058001[1].jpg "[사설] \"조기 개헌 후 대선\" 여야 원로 충언, 이젠 행동으로 옮길 때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47일, 첫 체포영장이 발부된지 19일만에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로써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돼 구속된 인사는 11명으로 늘었다. '내란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대통령 구속으로 비상계엄 수사가 중간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일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추가 조사한 뒤 오는 24일을 전후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찰은 다음 달 5일을 전후해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윤 대통령까지 기소되면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수사의 중요 부분이 마무리된다.
되풀이 되는 참담한 대통령 수난사… 국격 추락
지금까지 구속된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포함, 무려 다섯명이다. 1993년 퇴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재임 당시 기업인 30명으로부터 235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5년 11월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 구속 후 17일 만인 12월 3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 혐의 등으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1997년 4월 17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지만, 그해 12월 22일 특별사면되면서 약 2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 구속됐다.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그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선고하자 3월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검찰은 3월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31일 새벽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지 4년여만인 2021년 1월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구속 이후 어깨 질환으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온 그는 신년 특별사면으로 그해 12월 31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장기간인 1736일(4년 9개월)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듬해인 2018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2·3심 과정에서 보석 석방과 재구속, 구속집행정지를 거쳐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으며 재수감됐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자동차부품 제조사 다스에서 조성한 비자금 350억원을 횡령하고, 대기업으로부터 1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6월 검찰은 건강 문제를 호소한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을 정지했다. 이후 형 집행 정지 만료일에 맞춰 단행된 특별사면으로 총 958일(2년 8개월) 수형생활을 거쳐 그해 12월 28일 자유의 몸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은 피했지만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다가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충격적인 역사로 남았다.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파행적 권력구조가 문제
대통령 수난사가 끊임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권력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 독단으로 비상계엄을 밀어붙이면서 대통령 한 개인에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냈다. 여소야대의 분점정부(分占政府) 시기,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정부 여당의 원활한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노정됐다. 주권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가 나눠갖지만 양자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서로가 서로를 거부하는 '비토크라시'가 만성화됐다. 1987년 이전 국회는 대통령의 시녀였고, 이제는 거꾸로 국회가 대통령 업무를 중지시키고 탄핵소추하는 시대를 맞았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팎으로 성장했지만 정치가 3류, 4류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 된 건 이처럼 권력구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해서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 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사랑하는 원로 모임'을 비롯한 여야 정치 원로들이 이번 기회에 개헌 후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거듭 충언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조기 개헌 후 대선으로 새 리더를 뽑는 게 국정 수습의 유일한 길"이라며 프랑스처럼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가미한 이원정부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제와 같은 승자독식 구조를 깨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함께 요구된다"고 했으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현재 이 위기 상황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에서 오는 문제다. 권력분산형 개헌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력 남용보다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충돌"이라며 '의원내각제'를 주장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개헌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하며 타협안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책임총리제'를 제시했다.
개헌, 이젠 행동으로 옮길때… 이재명 대표, 대승적 관점서 호응해야
국민의힘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며 "조만간 (당 차원의) 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을 해야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40년 된 87년 체제가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바꿔야 더 이상 불행한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은 다수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대선을 하루라도 앞당겨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이 대표가 개헌에 찬성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한다면 개헌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개헌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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