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개정에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TV 수신료 분리고지가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또 다시 제도가 변경된다면 1480여만 가구 일대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 등과 통합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이달 10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주재로 21일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TV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1년 6개월 만에 이를 뒤집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김 직무대행이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이라는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1인 체제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정상적인 체제라면 (공식 회의를 열어) 충분히 논의하고 입장을 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 1인 구조에서는 법안 재의요구에 대해 심의·의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과 현격히 다른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지난 2023년 7월부터 추진한 분리징수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어 "방송법 개정안에 재의를 요구할지, 요구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징수방식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는 방통위도 꾸준히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로 다각적인 공영방송 재원 안정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재의요구를 의결할지 섣부른 예단은 경계했다. 그는 "최 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TV 수신료 징수문제는 20~30년 정도 오랜 기간 문제제기가 있고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국무위원들도 내용을 숙지하고 의견을 갖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또 최 대행에게 방송법 개정안 거부를 요구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 요청할 수 있을텐데 1인 체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체제"라며 "(수신료 징수방안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당연한 소임이고 의미이나 제가 나서서 (재의요구 의결을) 요구했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재원 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는 "KBS 자산활용 법안도 (국회에) 올라가 있다. 다른 방안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높이면서 (재원 마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고민해보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23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선고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헌재의 결정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짧은 소견으로는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더해서 방통위의 2인 체제 적정성 판단까지 있다면 그에 따라 향후 업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재의요구를 의결할 경우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표결을 거쳐야 한다. 재표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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