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과학기술계 명암 엇갈릴 전망
韓, AI·양자·우주분야 상대적 열세
"R&D 협력 강화해 경쟁력 높여야"
韓, AI·양자·우주분야 상대적 열세
"R&D 협력 강화해 경쟁력 높여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 과학기술계에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인공지능(AI), 양자, 우주 등 첨단 기술 분야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힘을 받는 반면 기후, 환경, 감염병 등 순수 기초과학 분야는 소외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을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AI, 양자, 우주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의 R&D 협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기조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비슷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1기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AI와 양자분야가 2기 행정부의 군사 안보·미래 기술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에 AI 전문가인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선임됐다. 트럼프 1기때는 임기 절반이 다 되도록 OSTP 실장이 공석였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만큼 OSTP를 중심으로 AI와 양자, 우주 등에 국가적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계에서는 AI와 양자가 단순 기술패권 경쟁을 넘어 기술 군비경쟁의 새로운 촉매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탐사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부상할 분야로 꼽힌다.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을 예정인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보다 민간 우주기업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ASA 새 국장에 지명된 재러드 아이작먼도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민간인 최초로 우주 유인비행에 나선 이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NASA가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한 대형 우주발사체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보다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기업이 개발한 재사용발사체 사용이 점쳐진다. SLS는 한 번 발사에 4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NASA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계획'도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우주탐사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와 환경, 감염병 등은 상대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파리기후협정에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독성 화학물질과 온실가스 등에 대한 규제 철회나 완화 움직임도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환경보호청(EPA), 국립해양대기청 등의 조직과 연구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분야는 타격이 예상된다. 2기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감염병 연구와 지원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역량과 글로벌 R&D 협력을 통해 미국이 가려워하는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AI, 양자, 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선도국인 미국과의 협업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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