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K-배터리 성과급 0%…보너스 쇼크 현실화

입력: 2025-01-21 05:45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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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성과급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운명에 처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성과급을 0원으로 책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기차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탓인가요?"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성과급 0%를 공식화한 곳은 삼성SDI입니다.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0%로 공지했습니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입니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삼성SDI는 연간 기준 영업이익이 2022년 1조8080억원, 2023년 1조6334억원에서 지난해 624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2%로 절반 이상이 감소한 것입니다.

내달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발표할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성과급 0%가 유력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은 기본급의 평균 870%를 성과급으로 정했지만 2023년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음에도 평균 362%를 책정했습니다.

이는 당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성과 지표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영업이익 중 AMPC 규모는 6768억원으로 31.3%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024년 영업이익도 57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3.4% 감소한 만큼 성과급 지급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SK온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첫 영업이익 흑자를 내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연간 영업손실이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에서 지난해도 약 8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됩니다.

SK온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 성과급 대상에서는 제외돼 기본급의 200%를 위로금 형식으로 받았습니다. 올해에도 성과급은 받지 못하지만 지난해 위로금 전례가 있는 만큼 올해도 유사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 2023년 말부터 지속된 캐즘에 지난해부터 긴축 경영이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회사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된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적자를 낸 것이 아닌데 올해 성과급이 없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터지고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완성차업체로의 이직까지 고려하는 분위기까지 역력합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내재화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배터리 관련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핵심 인력 유출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기업들도 뽀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어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해외 공장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 직원 보상 체계가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사기가 저하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로 인한 리스크도 존재해 올해까지는 실적 반등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 몇 년간 성과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 보니 성과급 0원은 더 믿을 수 없습니다"며 "각 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다른 회사들과 비교할 때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큽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