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달 내 상법개정안 처리
FCP는 KT&G 상대 1조 소송
"행동주의 펀드 보호법" 반발
교수 68% "충실의무는 회사에"
FCP는 KT&G 상대 1조 소송
"행동주의 펀드 보호법" 반발
교수 68% "충실의무는 회사에"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이달 내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마침 20일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KT&G를 상대로 1조원대의 주주대표소송을 걸었다.
FCP는 지난해 초 KT&G를 상대로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등을 요구하며 이사회에 서한을 보낸바 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KT&G 이사회에 자회사 한국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를 발송하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기업 흔들기'를 시도하는 중이다.
만약 야당이 밀어붙이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일이 소송전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을 넘어, 이사 개인에 대한 소송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이유로 내세운 상법 개정이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보호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FCP는 지난 17일 KT&G 전직 이사회 임원들이 산하 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자기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한 데 대한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원고(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원고가 아닌 회사에 돌아간다.
판례나 학설 등에 따르면 현재 이사가 주주에게 미친 손해는 간접 손해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 직접 책임 근거가 생길 수 있다. 개별 이사에 대한 손배소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가정하면 이사회의 결정이 회사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했을 때 주주대표소송이 아닌, 각 주주별로 각각의 이사에 대한 개별 소송 여지가 생긴다"며 "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기 때문으로, 개별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비일비재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소액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 소송 남발, 투기자본 먹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히 이번 KT&G 사례와 같이 회사 경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 또는 지분 소수만 취득한 외국계 '기업 사냥꾼'(행동주의펀드 등)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한경협이 한국경영인학회에 의뢰해 해외 주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0명을 대상(25명 응답)으로 이사 충실의무의 범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8%)은 이사의 충실의무 주요 대상을 '회사'로 응답했다.
현재 국회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상법 개정안이 소액 주주보다 투기 자본의 권리를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업과 경제를 난도질할 나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장우진·이상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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