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이 저렴한 가격 세워
유럽·북미 넘어 한국시장 넘봐
선두권 제외 업체들 존폐 위기
유럽·북미 넘어 한국시장 넘봐
선두권 제외 업체들 존폐 위기
전 세계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기차 주요 시장이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를 단행하거나 예고하며, 전기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반면 일찍부터 정부 차원에서 천문학적 예산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중국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어도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시장도 넘보고 있다.
중국의 공세를 막기 위해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보조금 없이 중국에 맞서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줄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20일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내 신규 등록 전기차는 38만609대로 전년 대비 27.4% 급감했다. 유럽 1위 전기차 시장 자리도 영국에 내줬다.
독일의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2023년 말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 것이 꼽힌다.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해결 과제가 산재해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마저 줄자 소비자도 전기차 구매를 꺼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12일 전기차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당초 오는 3월 31일까지 지속될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은 조기 종료와 함께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가 예상된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신종 녹색 사기'라고 비난해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요국의 보조금 폐지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중국의 독주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보조금 폐지가 맞물리면서, 북미와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아직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이 없어지면, 중국과 테슬라 등 일부 선두권 업체들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을 보유한데다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버텨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부터 전기차 육성 사업을 시작해 거대한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수년여간 펼친 결과 중국은 10년 연속 세계 1위 시장을 수성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약 66%를 차지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올해도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을 통해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1만5000위안(약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전날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주관으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10여년간 이어진 중국 산업 정책의 결실이 지금의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수많은 현지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원가와 기술혁신이 이뤄졌으며, 이젠 전동화를 넘어 스마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성숙기에 들어선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이젠 해외 사장까지 침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관세 장벽을 세웠으나 신흥 시장 개척, 현지 생산기지 건설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처음 세계 자동차 수출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9.3% 늘어난 586만대를 수출하며 2년 연속 정상 자리를 지킬 것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탄탄히 뒷받침해 줘야 수출도 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보다 앞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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