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날 최상목 부총리에 쪽지 건네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마련' 요구한 尹
영장판사, '비상입법기구 뭔가' 단 하나 질문…尹 "김용현이 썼나, 가물가물"
朴 "'30년 법률가가 국회해산 가능하다 생각했냐' 물은 것…책임전가 창피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내란수괴·직권남용 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벌여 설치하려 한 의혹을 받는 '비상입법기구' 구상을 두고 "대단히 위험한 거다. 단 하루도 국정을 맡길 수가 없는 위험 상태에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상 불가능한 국회 해산을 강행하려 했단 지적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의 책임 전가와 대통령 측근의 장외발언 등 태도 문제도 구속 결정은 물론 향후 재판에까지 영향을 적잖게 미칠 것으로 봤다.
지난 1월10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소위 위원장으로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박범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날(19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4시간5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 당시 단 1건 '비상입법기구' 구상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고 주목하며 이같이 말했다. 차은경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날 윤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쪽지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고 썼는데, 그 비상입법기구가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확히 기억 안 난다,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구속기소)이 쓴 건지 내가 쓴 건지 모르겠다, 가물가물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아주 영어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질문의 의미는) '아 유 크레이지?'다"며 "윤석열은 평생 30년을 특수부 검사로 살아온 법률가다. 잡아넣은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국회를 해산 할 수 없단 건 상식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진짜 비상입법기구란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냐'(는 것), 이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평했다.
그는 "김용현이란 사람은 제가 국회 국방위에서 여러 번 대했는데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해 국유재산법을 얘기하면 '제게 법을 얘기하지 마시라, 저는 법 모르는 사람이다'(하는데), 진짜로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계엄을 계획했단 게 이미 문제가 있는 계엄이고, 윤 대통령이 비상입법기구와 국회 해산이니 포고령을 지금 김용현 전 장관에게 핑퐁, 책임전가, '수괴는 김용현'이라고 하지 않나. 김용현은 '무슨 얘기냐, 포고령 대통령이 다 수정해 수용했다'고 하잖나"라고 짚었다.
이어 "이는 대통령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단 거다. 지식,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뭔가 망상에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까 최상목 부총리에게 국회에 일체의 지원금을 끊고 이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지원 얘기를 한 것"이라며 "판사는 '이 사람이 진짜로 계엄을 실행할 의지가 (있었나)없었나'를 물은 측면도 있는데 여기서 대답을 잘 했으면, 자기(윤 대통령)가 '창피하게도 난 지금 생각해보니 미쳤다. 이런 기초 상식조차 몰랐다' 했으면 해프닝으로 갈수도 있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미쳤다고 변명했다면) 미친 사람이니까 파면은 당연히 가지만 형량 같은 데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상당한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윤석열은 낮과 밤이 다르다. 어떤 측면에선 '그냥 경고용이다',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종북 반국가세력이야 짓밟아야돼' 두가지 정체성이 막 교차해 그 속에서 나온 '비상입법기구'다. 그러니까 이건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또 "'가물가물'도 수괴 책임을 면하려는, 참 창피한 일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 의원은 윤 대통령 구속 결정에 작용했을 다른 요인으론 '윤 대통령 40여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의 지난 18일 대통령 구속 반대 집회에서의 발언을 지적했다. 그는 "사법부를 소위 엘리트 법관으로 구성하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개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분들"이라며 "검찰 출신인 석동현 변호사가 그분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서부지법과 중앙지법 총 5번의 과정에서 법관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부지법(재판부)을 깨우쳐주려 출두하는 거다' 한 시점에서 저는 끝났다고 본다. 그건 완전 자기정치다. (윤 대통령 등) 해가 되는 분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조력 중인 석 변호사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윤 대통령 강성지지자들이 집결한 '계엄 합법, 탄핵 무효' 집회에서 "오늘 법원이 (공수처 체포영장 인정 등 지칭)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정할 마지막 기회란 점을 저희들은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