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수도인 워싱턴DC 일대에 호화주택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 효율부 수장을 맡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세계 최고 부호인 일론 머스크는 아예 호텔을 통째로 매입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수요 폭증으로 워싱턴에 최고급 호화주택이 모자라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집 구하기에 나선 부자들 중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이들도 있고,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 기회를 늘리기 위해 이사를 오려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직 지명자 중 10억달러(1조45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 이들은 13명이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의 재산은 68억 달러(9조90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업체 TTR 소더비 인터내셔널 리얼티의 짐 벨 부사장은 "워싱턴에 부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면서 정말 대응이 힘들 정도"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을 설명했다. 자발적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부동산중개인들이 이 지역에 고급주택을 보유한 기존 고객들에게 전화해서 혹시 새로 이사오는 사람에게 집을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는 억만장자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운 좋게 집을 구한 이들도 있고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려고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폭스뉴스 앵커 브레트 바이어가 살던 프랑스풍 저택을 2500만달러(360억원)에 지난달 사들였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러트닉 지명자의 재산은 15억 달러(2조2000억원)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는 유명 정치칼럼니스트 고(故) 조지프 올솝이 살기도 했던 700만달러(100억원)짜리 미국 신고전주의 양식의 주택을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베센트 지명자의 재산은 7억달러(1조원)가 넘는다.
팔린 사실만 알려지고 새 주인이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은 집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재직 시절에 백악관 법무실장을 지낸 고(故) 보이든 그레이 변호사가 살았던 적이 있으며 1850년에 건축된 이탈리아 양식의 저택은 지난달에 1050만달러(152억원)에 팔렸다.
집값을 두 배로 쳐 줄 테니 팔라는 제안이 들어왔으나 거절한 집주인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샐리 퀸은 자신이 40여년째 살고 있는 방 18개짜리 저택을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집은 퀸과 그의 남편 벤 브래들리(1921~2014) 전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이 함께 30여년을 보낸 곳이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장남인 로버트 토드 링컨(1843~1926) 전 전쟁부 장관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머스크의 거처다. NYT는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해 머스크가 '라인 호텔'을 통째로 사들여 개인 클럽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공동창립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뉴욕(맨해튼)이나 (뉴욕시 근교 롱아일랜드의) 사우스햄턴에 집을 사려고 하면, 정말 좋은 집을 사려고 하면, 1억달러(1450억원)에서 1억5000만달러(2200억원)가 들 수도 있다. 워싱턴에서는 2500만 달러(360억원)를 (집을 사는 데)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19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 전야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소개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