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 간담회장에 모인 6대 은행은행장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이 대표는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은 일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여러분에게 뭘 강요해서 얻어보거나 무엇인가를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들어보고 활동하는 데 정치권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듣는 자리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논의 시작에 앞서 서민금융 확대 방안은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 금리 압박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상생금융을 추진하는 은행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금융기관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충실하게 잘 이행하며 서민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행장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최근 민주당에서 대출 가산금리 체계를 손보는 '은행법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추가 상생금융 확대 부담이 대폭 늘어날 우려 때문이다. 이 법안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으로, 은행들이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출연금 등을 포함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경기침체로 인해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반면, 커진 이자수익으로 '이자 장사'를 벌이는 은행권의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정무위원 12명도 전원 출동했다. 정무위는 금융 정책 및 감독 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관 상임위원회다. 은행권 인사 A씨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와 정무위원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은행장들이 받은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날 간담회를 '관치 금리'에 이어 야당 주도의 '정치 금리' 압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권 인사 B씨는 "지나친 정치권의 간섭으로 국내 은행들의 인위적인 금리 하향 조치가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가산금리가 (인위적으로) 내릴 경우 가계대출이 폭증하며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다른 경제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금융 취약층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한 만큼, 가산금리 체계를 손보는 작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시각도 있다. 은행권 또다른 관계자는 "시행 시기가 문제일뿐이지, 은행들도 수익성에 위협이 안되는 적정선에서 가산금리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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