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무더기 행정명령' 서명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 발언 실행
캐나다·中 등 고율관세 여부 이목
한반도 구체적인 문제 언급 없어
미국 제47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식을 갖고 "오늘부터 미국을 되찾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사당 중앙홀은 600명만 수용할 수 있어 전직 대통령과 정계 핵심 인사 및 해외 정상들 등으로 참석 인원이 제한됐다. 한국 정·재계 인사 등 세계 각지의 취임축하 참석자들은 국회의사당 인근 2만 명 수용 규모의 실내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Capital One Arena)에서 영상으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를 하겠다"고 밝힌 대로 통상과 산업을 비롯한 경제, 이민, 에너지, 대외정책 등에 대한 100여개의 '무더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임기 첫날부터 1기 때부터 기치로 내세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천명했다.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바탕으로 미국 제조업의 부활 전략은 1기에 이어 계속된다. 여기에 자원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영토 확장까지 노리는 '21세기판 신제국주의' 행보도 거침이 없다. 더 독해진 '마가'가 예고됐다.
귀환한 트럼프로 인해 전 세계는 초긴장 상태로 들어갔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즉각적인 고율 관세 부과 시행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10% 내지 20%의 기본 관세, 중국에는 별도로 60%의 관세도 공약했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미국이 국제무역의 불공정으로 인해 미국이 더는 희생하지 않겠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고율 관세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통상정책은 자유무역협정의 일종인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도 무력화한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존 협정은 물론 동맹국도 가리지 않는다는 미 우선주의의 표명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 캐나다 등은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 역시 보복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의 10% 보편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은행(WB)는 글로벌 통상전쟁이 현실이 될 경우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2.7%에서 2.4%로 0.3%포인트나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안정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불법 이민 방지와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라는 명령에 따라 이르면 금주 시카고에서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도 '마가'를 적용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와 정치적 갈등 등으로 미국 쇠락을 논하는 한켠에는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힘이 존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미중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야심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다시 미국의 질서 안에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는 고립주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글로벌 역학관계에서 '룰세터'로서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팍스아메리카나'의 복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종식도 머지않을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조기 회담 가능성도 열어놨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중국의 대만 야심에 대한 견제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중국과 호혜적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점을 밝혔으나 바이든 정부 이래 추진해온 첨단 기술 및 자본 유입 봉쇄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체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선인 시절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핵무기를 가진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는 언급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기도 해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핵 해법이 주목된다.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문제도 한국에겐 당면한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른바 '부자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다시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는 1기 때보다 더 독해진 2기 트럼프 정부를 맞아 복잡한 셈을 하고 있다. 기회 요소와 위기 요소가 상존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 10대 글로벌 리스크'의 하나로 미국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2기 정부가 모순적이고 서로 어긋나는 목표를 추구하는 데서 오는 파열과 혼란이 가장 즉각적인 위험"이라고 밝혔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미국 제47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심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미국의 귀환'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속도와 힘으로 미국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미국)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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