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친윤습격에도 法·警 때린 與 "언론이 `폭도` 낙인"

입력: 2025-01-20 19:36 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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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2·3 비상계엄 내란수괴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습격한 '사상 초유 법원 폭동'이 발발 이튿날 여당은 "폭도들이란 낙인부터 찍는다"며 옹호에 나섰다. 소요사태 책임론과는 거리를 두면서 경찰과 사법부 비난을 재개하기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업체에서 집중된 '대통령·여당 지지율 상승' 여론몰이에 친윤(親윤석열)계 지도부가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당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 단 15자가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9일 새벽) 내놓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사유"라며 "조기 대선에만 눈이 멀어있는 거대야당, 벌써부터 다음 정권에 줄을 서기 위해 안간힘 쓰는 수사 기관들, 권력의 눈치만 보는 비겁한 사법부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장본인"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앞서 19일 오전 3시쯤 윤 대통령 구속 결정 후 친윤 지지자 100여명이 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시설을 훼손하고 경찰과 취재진 등에 무차별 폭력을 가해 경찰 51명 등 부상자를 냈다. 사태 관련해 경찰은 이날 기준 90명을 체포해 66명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 중 46명은 서부지법 침입, 10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 위협·파손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 나머지 10명은 서부지법을 월담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권 비대위원장은 서부지법 습격 사건을 두고 "'일부 시민들'이 대통령 구속영장의 발부에 항의하며,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을 빚고 법원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직접 처벌을 주장하진 않았다. "사법절차 진행 과정의 문제점들, 국민들께서 분노하시는 이유들을 저와 우리 당도 너무나 잘 안다"며 '방식' 문제로 치부하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언론을 겨누면서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란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지금 필요한 건 '광기 어린 마녀사냥'이 아니라 (계엄)사태의 전후를 정확히 파악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엔 "폭력을 선동하거나 비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각별히 말과 행동을 주의해달라"고 했다. 경찰·법원을 향한 '훈계조'는 이어갔다.

권 비대위원장은 "법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사법부를 겨눈 뒤 경찰을 향해선 "민주노총 앞에선 한없이 순한 양이었던 경찰이 시민들에겐 한없이 강경하다"면서 "민주노총 시위대였다면 진작 훈방으로 풀어줬을 거"라고 비꼬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서부지법 습격 자체엔 함구하면서 "일생을 무질서로 살아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질서를 운운하는 건 기만을 넘어 법치주의에 대한 조롱"이라고 했다.

여당에선 의원 수십명이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로 향해 '체포 방해'를 시도한 바 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 등 10여명이 전광훈 목사 주도의 '계엄합법·사기탄핵' 집회에 동참한 사례, 김민전 전 최고위원이 무장을 시사한 자칭 '백골단' 청년단체를 국회에 소개한 사례도 있다. 법원 습격 후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성전에 참전"한 것이라고 평했고 황교안 전 당대표는 현행범 체포된 이들을 무료변론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의 강경 일변도엔 '지지율 반등' 프레임이 작용한 모양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리얼미터 1월3주차 조사 결과(지난 16~17일·전국 성인남녀 1004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 97% 유선 3% RDD·전화ARS·응답률 7.8%·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5.7%포인트 오른 46.5%, 민주당은 3.2%포인트 내린 39.0%로 오차범위 밖 격차로 역전됐다. 자신의 이념을 '보수'로 밝힌 응답층도 9%포인트 가량 늘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