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트워크 주도권 강화 움직임
'스페이스X' 중심 위성통신 보강
화웨이 배제에 中은 별도표준화
"韓, 대책 없으면 생태계에 종속"
'스페이스X' 중심 위성통신 보강
화웨이 배제에 中은 별도표준화
"韓, 대책 없으면 생태계에 종속"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대중국 규제 수위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통신·주파수의 미·중 간 분리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통신 분야에서 네트워크 포설 경쟁보다는 공동으로 이용하는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확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랜은 무선 기지국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SW)를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는 기술이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도 연동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5G 초기부터 동맹국들 위주로 중국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정책을 이어왔지만, 네트워크 전용 장비의 자체 기술력을 갖추지 못해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랜은 네트워크 장비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기술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배제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장비 기업 등은 글로벌 표준과 협력을 통해 오픈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차세대 네트워크인 6G 이동통신 표준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별도 표준화를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신은 인공지능(AI) 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인프라인 만큼 미국의 네트워크 기술 주도권 강화 움직임은 6G 기술뿐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전반적인 ICT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글로벌 위성통신 생태계를 거머쥐는 시도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달리 다자간 협력보다 개별 국가별 압력과 관세 인상 등 연결을 선호하면서 생태계가 양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중 양국은 경쟁력이 있는 기업의 내재화를 강화하려고 하는 만큼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양분화된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망 비용 분담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전 법원을 통해 망 중립성 원칙이 사실상 폐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FCC 위원장으로 지명한 브랜던 카는 '빅테크 규제론자'로 꼽힌다.
미국 상원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은 연간 미국 인터넷 트래픽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연간 미국 내 수익이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 이상인 콘텐츠·서비스 제공자에게 보편적 서비스 기여금을 부과하는 권한을 FCC에게 부여한다. 이를 통해 보편적 서비스 기금 논의가 활발해질지도 관심이다.
국내에서는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이 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망 중립성 폐지 기조와 EU의 '디지털네트워크법' 논의가 전세계 인터넷 규범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예전과 달리 네트워크 구축 경쟁보다는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잘 이용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결국 서비스 기반 경쟁에 도달할 것"이라며 "망 중립성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구글 등 자국 플랫폼 기업에 관한 경쟁력 유지 또한 관심이 높아 망 이용대가 논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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