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산 조기집행 후 검토"
野 "가능한 빨리 추경부터"
최상목 "국정協 논의 가능"
野 "가능한 빨리 추경부터"
최상목 "국정協 논의 가능"
여야가 재정풀기로 민심 잡기에 나설 태세다. 그동안 예산의 조기 집행을 강조하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선을 그어온 정부가 추경 여지를 두면서 정치권의 셈법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분기 예산 조기집행 후 추경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도 재정 확대 득실에 분주해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능한 한 빨리 추경부터 하라고 압박의 끈을 조였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나오면서 관련 논의는 더욱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1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포함한 재정 풀기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야간 민생회복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입장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예산의 67%인 398조원을 상반기에 조기 투입한 후, 효과를 지켜본 뒤 추경의 필요성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작년에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한 예산의 조기 집행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분기 뒤에 (추경) 필요성을 보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추경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통상 1분기에 17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지만, 예산의 40%를 조기 집행하면 추가로 100조원 이상을 투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전 재정 기조 속에 민생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가능한 빠른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 편성을 매개로 침체한 경제 심리를 끌어올려 경기 회복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내는 조기 대선 앞 민심잡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외적인 경제 불안 요인에 더해 내란 상황까지 겹쳐 민생 경제가 정말 어렵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추경으로 우리 경제에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소 20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화폐 발행, 인공지능(AI) 반도체 지원 등의 예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처음으로 추경 편성을 시사하면서 드라이브가 걸렸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 간 논의를 전제로 올해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열어뒀다.
그동안 정부는 '추경'보다 '신속 집행'에 무게를 뒀다. 기재부는 중앙 67%, 지방 60.5% 내외로 상반기 신속 집행으로 내수 등 경기 회복에 가속화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심리 위축으로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되고,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외에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규모는 15조~20조원가량으로 성장률이 떨어진 것을 보완하는 정도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사실 정부의 고심은 깊다. 추경을 위해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국채발행 증가는 자금이 줄어 이자율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면 자칫 신용평가사에서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규모 추경 편성으로 내수 회복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하더라도 경제 상황, 재정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신용평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깎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경기를 살리는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추경 편성은 GDP 1% 수준으로 편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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