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 가격이 1년 2개월 만에 다시 리터 당 1800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원·달러 환율 상승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늘어난 원가 부담이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과거 휘발유값 리터 당 2000원 시대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날부터 석유와 천연가스의 증산을 선언한 데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15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화 될 가능성이 높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4.04원 오른 리터당 1802.95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3년 11월 6일(1802.69원) 이후 1년 2개월 15일 만이다.
전국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45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는 휘발유 1726.30원, 경유 1585.04원으로 각각 전일 대비 2.20원, 3.25원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기업 제재 여파로 공급 우려가 확산하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10일 러시아 내 주요 석유사 2곳과 183척 이상의 선박 제재를 가했다.
공급차질 우려에 이달 셋째주 유가는 4개월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지난해 12·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입 비용이 치솟은 것도 기름값에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3 비상 계엄 사태 이전인 11월 29일 기준 1396.50원에 거래됐지만 한 달 여 동안 1450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2022년처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는커녕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원유 시장은 석유 수요는 부진한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그룹이 모인 OPEC+(오펙 플러스) 외의 다른 산유국들의 경쟁적인 증산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1월 월간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 석유 시장이 초과 공급상황일 것으로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배럴당 81달러에서 올해 74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증산을 예고해 유가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선 구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되풀이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0.15달러로 전 거래일 0.8%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2시 29분(미 동부시간) 기준 배럴당 76.8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3% 떨어졌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올해 유가는 지난해 평균보다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과 미국 등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공급은 오펙플러스가 올해 4월부터 감산 완화를 일부 시작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