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시주총, 이사수 제한·소수주주 표심 변수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는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제1-1호 의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은 상정되지 못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한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한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한 날짜를 기준으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해당 의안 상정은 위법하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앞서 최 회장의 가족회사 유미개발(고려아연 지분 1.63% 보유)은 지난해 12월 24일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 제안했다. 이를 두고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가처분 인용이 결정된 만큼 의결권 경쟁에서 앞선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가능성은 더 커졌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지분 40.97%(의결권 기준 46.7%)을 보유 중으로, 최 회장 측 17.50%(의결권 기준 20%)을 크게 앞선다. 한화그룹(7.76%), 현대차그룹(5.05%), LG화학(1.89%) 등 우호 세력과 국민연금(4.51%) 지분을 합치더라도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8.87%에 그쳐 MBK·영풍을 앞서지 못 한다.
반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없게 된 고려아연 측은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 통과에 사활을 걸며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면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영풍 측의 이사회 과반 차지를 저지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는 12명으로, 최 회장 측 11명, 영풍 측 1명이다. 만약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할 경우 이번 임시 주총에서 최대 선임할 수 있는 이사는 7명이다. 영풍 측이 이 7명 이사 선임에 모두 성공하면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11명, 영풍 측 8명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함께 소수주주의 표심도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약 8.7%로 추정되는 소수주주의 대부분이 이번 주총에 참석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게 된다.
한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17일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등에 찬성하며 최 회장 측에 섰다. '헤이홀더', '액트' 등 소액주주연대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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