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다음달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멕시코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업체들도 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관세 부과로 가격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다만 양사는 트럼프 1기 정부가 발동한 세이프가드에도 공고한 경쟁력을 유지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티후아나 2곳 공장을 두고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회사인 하만은 치후아후아 지역에서 오디오를 생산한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 몬테레이 가전 공장에서 TV,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 전장 부품도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음달부터 멕시코를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미국 생산 제품에 비해 뒤쳐질 수 있다는 것으로 월풀, GE 등 미국업체들이 직접적인 경쟁 상대다. 또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을 준비하는 등 공격적인 채비를 갖춘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선은 글로벌 공장의 가동 조정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공장의 생산 제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달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이 글로벌 공급망이 잘 돼있다. 부품공급부터 제조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어, 여기서 AI 기술 접목해 빠르게 배송한다면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도 "생산지 조정, 스윙 생산(여러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체제)을 통해 관세 정책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LG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2018년 1월 양사가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하지만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기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효용을 분석한 결과, 2018~2022년 삼성·LG전자의 생산량, 시장 점유율, 총매출, 고용 인원, 급여 등 주요 성과지표가 모두 향상된 반면 같은 기간 월풀과 GE 등 기존 미국 생산업체의 지표는 나빠져 공고한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이달 7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삼성전자 부스 입구에 다수의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