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내란수사를 받게 된 12·3 비상계엄 선포를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당내에서 비판해온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21일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는 "그 사유를 인정하실 국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위헌·위법으로 탄핵심판 중인 헌법재판소에 대해선 국민들이 불복할 수 있다며 '신속한 재판 심리'와 거리를 두고 '절차적 완결성'을 앞세우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용태(34·가운데) 의원이 지난 1월2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탈(脫)이준석계로 분류되는 1990년생 김용태 비대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법원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구속됐단 것에 글쎄"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를 비롯한 친윤(親윤석열)계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에게 내란수괴 등 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유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 한줄에 불과하다며 서울서부지법 결정을 폄하해왔다.
윤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당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쪽지로 건넨 '비상입법기구' 예산 확보 지시에 관해 담당 판사로부터 유일하게 질문을 받았지만, 쪽지의 작성 주체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인지 자신인지 가물가물하다'는 취지로 흐린 바 있다. 위헌적 '국회·정당 정치활동 금지' 계엄포고문 작성 책임공방에 이어 '국회 해산'을 전제한 비상입법기구 구상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직무정지된 상황에 증거인멸 우려를 납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이미 많은 계엄의 실행자들이 구속되고 수사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증거 인멸을 할 방법도 없을 거"라며 "(윤 대통령의) 휴대폰이 바뀐 건 과거에 명태균씨와 연락하다가 '바꾸겠다' 해서 바꿨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구속 결정에 대해서도 "사유를 납득하기보단 개인적으로 이해"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계엄을 실행하신 분들이 실제로 구속이 됐거나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고 다만 영장에 내란수괴로 지목된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을 전반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비대위의 현안 대응으론 "비상계엄이 분명히 잘못됐고 잘못된 것에 대해 쇄신책을 많이 내놔야된다고 생각한다"고, "어떻게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킬지 정책적 측면" 두가지를 강조했다.
경제 문제에 관해선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저희가 1/4분기에 예년보다 많은 예산 조기집행을 준비하고 있다. 또 어떤 것이 부족한지 검토한 뒤 재정을 더 투입할 것인가 판단·검토도 있을 것"이라며 '예산 투하'를 시사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변호인 외 접견을 금지해 김건희 여사도 갈 수가 없단 물음엔 "계엄과 관련없는 가족 접견 금지"로 과도하다며 '가족 면회 허용'을 주장했다.
지난 1월18일 비상계엄 내란수괴 등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을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이 공덕역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시위대 항의에 맞닥린 뒤 앞유리 등 차체가 파손돼 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제공·연합뉴스 사진>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과 여당에게 유리하게 발표된 여론조사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한 데 대해선 "정부가 계엄을 했고 여러 상황이 있었음에도 민주당 지지율 추세가 지금 정도 (하향)추이란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 '이재명이즘(-ism)'에 대한 국민의 위기의식이 녹아있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기간이 이상하고 뭐가(보수층 등) 과표집됐을 거란 판단을 하는 건 과거 많은 정당이 보인 행동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여당이 잘해서 상승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계엄에 정말 반성하고 쇄신책을 강하게 내야 될 시기"라고 했다. 또 "당연히 저희 지지층을 기반으로(해야한다)"라면서도 "중도층 확장 여부가 결국 정권 재창출의 필수, 필요한 부분이기에 중요하다"며 "대선이 발생하게 된다면 중도의 마음을 어느진영이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기에 당이 쇄신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계속 강조하는 쇄신의 모습을 어떻게 볼 수 있냐'는 질문엔 구체적으로 답변하진 않았다. 다만 "108명 의원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보니까 여러 가지 많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도 "저희가 더 생동감있게, 또 자유민주주의 정당에 가까운 정당으로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해선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시간, 사법의 시간"이라면서도 '승복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 비대위원은 "우려되는 지점은 헌재가 , 수사기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많은 국민들이 이 결정을 승복하고 이해하는 데서 국민통합이 시작될텐데"라며 "국민께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헌재도 수사기관도 신속보다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대로 사건을 심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당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가 1심 유죄를 받은 선거법 재판에 '6·3·3 원칙'과 신속성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된단 지적이 나온다.
그는 "계속해서 특히 저희 보수층 지지자분들께서 헌재에 갖는 의문이나 의혹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해나가면서의 발생하는 시시비비들 이러한 것들이 결국에는 헌재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거나 결정을 했을 때 불복의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객관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적 완결성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승복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일 새벽 윤 대통령 구속 결정 직후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한 윤 대통령 지지자 '법원 폭동' 사건을 두고는 "어떠한 이유로도 법원을 공격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선 넘은 행위에 대해선 법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 안타깝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판단을 계속 부정해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내란선전 중인 윤석열 당원을 제명하라' 등 야당의 지적엔 "저희는 사법부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이재명 대표부터 제명하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