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민생 주도권 쟁탈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21일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어 내수 활성화와 민생 경제 안정화 방안을 모색했다.
특위는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 리더십이 공백 상태이고 '자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취임한 만큼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위원장은 윤희숙 전 의원이, 부위원장은 박수영 의원이 각각 맡고 고동진·이종욱·최은석·박수민·안상훈·최보윤 의원과 함께 원외 인사 5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민의힘이 특위까지 꾸리며 민생 정책 구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설 명절을 앞두고 민심을 살펴야 하는 차원도 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체포·구속으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정국 상황을 고려하면 민생 정치를 재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생 행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지역화폐법 개정을 비롯한 민생 입법 과제를 발표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경우 전날 6대 은행장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움직임에 긴장하며 집권 여당으로서 정책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특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시달리는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시급한데 경제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어르신 정책, 영세사업장 근로자 보호 대책, 늘어가는 1인 가구와 고립·은둔 청년, 주거 취약계층 등 약자를 보듬는 정책과 같이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부터 먼저 짚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특히 "국민께 순간의 달콤함과 미래의 고통을 안기는 사탕발림이 아니라 국가 경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는 진짜 정책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경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생·경기 활성화 사업 예산을 1분기에 40%, 상반기에 70% 등으로 조기 집행하고 이후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한 예산의 조기 집행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1분기 뒤에 (추경) 필요성을 볼 것"이라며 "추경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했다. 그간 추경 편성에 반대하며 선을 그어왔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특위는 이날 첫 회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사회적 고립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대책단을 꾸리기로 했다. 윤희숙 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늘진 곳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고 결국 통합 의제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이 새롭지만 굉장히 깊숙이 들어온 사회적 아픔이라고 생각해 외로움과 고립, 단절에 관한 의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위원장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이냐'는 물음에는 "특위는 당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시대에 맞는 급소를 찾아내서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그런 정체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정치 일정하고는 관계없다"고 답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1차 전체회의에서 윤희숙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