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원 이상 고환율만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첫날 공격적인 통상 정책을 언급하지 않으며 시장에 안도감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다만 취임 초기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 경계감을 늦춰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는 전 거래일 대비 12.2원 내린 1439.5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8일 1435.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하락한 1437.0원으로 시작해 장 초반 지난해 12월16일(1428원·주간 장중 저가 기준) 이후 가장 낮은 1432.9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6% 떨어진 108.432를 나타냈다.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보다 3.96원 내린 926.17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우려했던 보편관세 부과 등 정책을 당장 행정명령으로 집행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전해지며,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나는 즉각 미국 근로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무역 시스템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취임 첫날 추가 관세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급격히 약세를 나타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관세를 추가로 발표하면 원·달러 환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불확실성 해소의 힘이 더 강할 수 있다"며 "트럼프 1기 취임 이후엔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다음달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발언에 환율은 오전 중 1443.9원으로 10원 이상 올랐다. 이후 추가 관세 소식이 없자 환율은 다시 1430원 중후반대로 내려왔다. 보편 관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셈이다.
이에 환율이 1430원대로 내려간 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기에 경계감을 늦춰선 안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환율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가 취임식에서 관세 정책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행정부가 출범 초기인데다 트럼프 입장이 또 바뀔 수 있기에 원·달러 환율이 당장 1400원 아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1400원대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